▲ 부산지역대리운전노조

"쉬는 날요? 없어요. 하루에 겨우 4만~5만원 버는데 쉬면 가족들 입에 풀칠도 못해요. 일요일에는 일(콜)이 없어도 출근합니다. 쉬는 기사들이 좀 있으니까 혹시나 수입이 더 나을까 싶어서요."

11월 들어 한 번도 쉬지 않고 일했다는 대리운전기사 김호영(53)씨가 25일 처음 일손을 놓았다. “대리운전업체의 이중삼중 착취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김씨가 가입한 부산지역대리운전노조(위원장 박재순)가 이날 파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호영씨는 "지난달 250만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출근비·보험료 명목으로 이것저것 떼고 보니 손에 쥔 돈은 130만원에 불과했다"고 토로했다. 대리운전기사는 일을 할 때마다 들어가는 고정지출비용이 전체 매출의 40~50%라고 주장한다.

노조는 표준요금제 정착(기본요금 1만3천원)과 업체별 보험 단일화, 업체별 셔틀버스(합류차) 통합 운행, 배차취소과금 등 불공정 행위 폐지를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은 27일까지 이어진다.

올해 2월 부산시는 노조에 설립신고증을 교부했다. 노조는 트리콜·친구넷·손오공·밴드드라이버·오천콜·드림콜 등 부산에서 영업하는 6개 대리운전업체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이들 업체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18일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사측이 교섭을 거부하는 사이 대리운전기사의 처우는 후퇴하고 있다. 황정규 노조 사무국장은 "10년 넘도록 기본요금 1만원이 변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부에 따르면 대리운전기사는 보통 오후 6시30분에서 오후 7시 정도에 출근해 길게는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일한다. 10시간 넘게 일을 해도 수입은 변변찮다. 1만원짜리 콜을 수행하면 대리운전업체가 수수료 3천원을 가져간다. 자정 이후 운행되는 대리운전기사 전용 셔틀버스 이용 대가로 업체는 출근비 3천원을 받는다. 기사는 해당업체 일을 하려면 지정된 보험업체의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월 7만~8만원의 보험료를 내거나 콜 한 건당 1천50원에서 1천800원의 보험료를 낸다. 통상 대리운전기사들이 2~3개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중삼중으로 출근비와 보험료가 나가는 구조다.

김호영씨는 "대리운전을 하면서 하루 3천원이 얼마나 귀한 돈인 줄 알게 됐다"며 "어떤 때는 출근비 3천원이 부담스러워 프로그램 하나만 켜고 일을 하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박재순 위원장은 "대리운전기사는 저가 콜 탓에 매일 12~13시간을 일하고 있다"며 "기사가 무리하게 일을 하면서 시민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리운전업체가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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