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은행의 주요 하도급사업인 현금수송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개선하기 위해 노사정협의체를 꾸리고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동자들의 뿌리 깊은 저임금 구조를 풀기 위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현장의 요청도 나왔다.

한국노총·금융노조·한국노동사회연구소·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 이용득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25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현금수송 하도급업체의 임금실태와 근로조건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의미 없는 호봉제, 대다수가 최저임금"

이날 발제를 맡은 이종수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화평)는 노조가 올해 초 노동사회연구소에 의뢰해 진행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국내 1위 현금수송업체 한국금융안전 노동자들의 직급은 4급(차장)·5급(과장)·6급(대리)으로 구분된다. 호봉제를 적용받는다. 4급 최고(15호봉)의 올해 통상임금은 210만3천원이다. 6급 최저(4호봉)는 157만3천800원이다.

이종수 노무사는 “현금수송업종 종사자들의 임금수준이 매우 낮고 최저호봉과 최고호봉의 차이가 불과 52만원밖에 나지 않아 사실상 호봉제로서 의미가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에 반해 상위 직급의 임금이 인상되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 은행이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봤다. 현금수송 관련 법령 근거가 분명치 않은 것과 무관치 않다. 은행법 34조3(금융사고의 예방)은 ‘현금수송사무’를 금융사고 가능성이 높은 사무로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령은 은행에 금융사고 위험성이 큰 업무에 운영상 대책을 세우도록 돼 있는데, 금융감독원은 2012년 관련 감독 시행세칙을 삭제했다. 이 노무사는 이와 관련해 △금융기관 공동 ‘현금수송 특수경비 전문회사’ 설립 △금융기관 업무위탁 규정 수립과 표준업무위탁계약서 도입 △현금수송업 노사정협의체 설치·운영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금융당국의 시행세칙 개정으로 현금수송업계가 최저가낙찰제라는 무한경쟁에 내몰렸다”며 “은행법을 개정해 현금수송 등 금융사고 위험성이 큰 업무의 외부위탁을 금지하고 장기적으로 은행 직접고용이나 전문회사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노동시장 문제 현금수송업계에 집약"

노동계는 “한국 노동시장의 여러 문제가 현금수송업계에 집약돼 있다”고 지적했다. 송명진 한국노총 정책본부 실장은 “현금수송 노동자들의 저임금·장시간 노동과 원·하청 불공정거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핵심적인 문제”라며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은행권에서 외주화가 본격화하기 시작했는데, 현금수송업무가 금융기관들이 직접적인 책임과 의무를 져야 하는 본질적 요소의 업무인지 아닌지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훈 노조 금융안전지부 위원장은 회사가 처한 상황을 소개했다. 금융안전은 지난해 전년 대비 60억원가량 매출이 늘었음에도 처음으로 영업이익 적자를 봤다. 올해도 적자가 예상된다. 최저임금이 오르고, 산입범위가 확대하면서 정규직의 경우 미달분을 자신의 상여금에서 충당하는 실정이다.

이동훈 위원장은 "계약직 신입직원의 기본급여와 연장근로수당이 20년 가까이 회사를 다닌 직원을 초월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계약시 최저임금 인상률이 배제되면서 정부 정책의 직격탄을 맞고 손해를 보고 있다"며 "어려운 환경에서 금융물류산업의 안전과 공공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 만큼 은행의 인식전환과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하다.

조승원 브링스코리아노조 위원장은 "매뉴얼상 3명을 투입해야 하는 업무에 2명을 투입하는 등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을 지키지 않는데도 은행은 이를 눈감고 사용자는 오히려 악용한다"며 "최저임금 정책과 연동해 현금호송원 노동자들의 용역료 현실화와 최저입찰제 폐지를 위한 관련 법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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