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제정남 기자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김용균 노동자 죽음 이후 논의가 본격화한 발전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의가 난관에 부딪쳤다. 정부는 "발전산업 민영화 중단"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권고를 이행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균 노동자 1주기를 앞둔 노동계는 정부에 특별조사위 권고 이행을 촉구하는 추모활동에 나선다.

연료·환경설비 원청 직접고용 힘들 듯
경상정비 민간위탁 유지하되 계약기간 보장?


1일 더불어민주당 관계자와 특별조사위 위원, 공공운수노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국무총리실은 발전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해 관련부처 간 협의 결과를 조만간 특별조사위 위원들에게 설명한다. 이번주에 비공개 간담회 형식으로 정부 입장을 알릴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올해 2월 김씨가 일한 분야인 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는 공공기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상정비 분야는 "위험의 외주화 방지라는 원칙하에 세부업무 영역을 분석해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 근로자의 처우 및 정규직화 여부 등 고용안정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8월 특별조사위는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 노동자를 직접고용하고, 경상정비 분야는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KPS로 통합·재공영화하라고 권고했다. 특별조사위는 외주화 금지에 초점을 맞췄다. 김씨 죽음 이후 정부측에서 수위가 다른 두 가지 대책을 마련한 셈이다.

당정 발표 후 발전 5사와 비정규직 당사자들은 연료·환경설비 운전 노·사·전 협의체와 경상정비 통합협의체를 꾸려 정규직 전환을 논의 중이다. 노·사·전 협의체에서는 두 가지 정부 대책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특별조사위 권고 이행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소수에 그친다.

지난달 8일 당정TF와 연료·환경설비 운전 노·사·전 협의체 관계자 실무면담에서 정부·여당은 "한전산업개발을 활용한 공공기관 설립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냈다. 한전이 지분 29%를 가진 한전산업개발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고, 이곳을 통해 정규직 전환을 하자는 안이다. 발전사들은 이 방안에 동의했다. 공공운수노조 노동자위원은 "특별조사위 권고대로 발전사가 직접고용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경상정비 통합협의체에서는 민간위탁 방식을 존속하는 방안에 노·사·전문가 대부분이 동의하는 분위기다. 고용안정을 위해 발전사와 업체 간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계약기간을 최대 9년(3+3+3)까지 보장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당정 발표와 특별조사위 권고가 이행되면 문을 닫아야 하는 민간업체들은 해당 방안을 환영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최근 선제적으로 노동조건·처우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 아니면 수용 못해"

국무총리실은 특별조사위 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노·사·전 협의체 논의 경과를 설명하고 특별조사위 권고 이행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김용균 노동자 죽음과 관련해 아무런 개선책을 내놓지 못한 정부가 1주기를 앞두고 뭐라도 해 보기 위해 간담회를 개최하려는 것 같다"며 "위험의 외주화 금지를 보장하지 않는 정부 입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시민·사회단체는 1주기를 맞아 특별조사위 권고 이행을 정부에 촉구하는 집중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고 김용균 1주기 추모위원회를 중심으로 2일부터 고인이 숨진 10일까지 기자회견·토론회·추모집회를 한다. 고인 생일인 6일에는 문화제를 개최한다. 추모위는 "위험의 외주화로 억울하게 죽어 간 고 김용균 노동자의 1주기 기일을 앞두고 있지만 발전소 노동현장 환경개선은 없고 정규직화도 자회사 형태의 또 다른 비정규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하는 세상을 위해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규탄하고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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