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정부가 민간위탁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수탁업체 임금착복을 막기 위해 노무비를 별도로 관리하고 민간위탁관리위원회를 만들어 노동조건을 보호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강제성이 약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발전소 업무를 포함해 위험업무 민간위탁 노동자 직접고용이 부진한 가운데 면피성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동조건 보호 이행확약서 작성, 노무비 별도 관리

고용노동부는 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은 민간위탁 공고단계부터 수탁기관이 노동조건 보호를 위한 확약서를 제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해지가 가능함을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확약서에는 △책정된 임금 지급 △퇴직금 지급과 4대 보험료 납부를 포함한 법정의무 준수 △재위탁·하도급·파견 금지 △근로기준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포함한 노동관계법 준수가 담긴다. 계약을 체결할 때도 계약서에 확약서 내용을 반영하도록 했다. 계약서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고용승계를 한다는 내용, 수탁기관과 같은 기간으로 근로계약을 설정한다는 조항을 명시한다.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임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위탁기관이 수탁기관 전용계좌에 노무비를 별도로 지급하도록 했다. 노동부는 노사소통 활성화를 위해 위·수탁기관과 수탁기관 노동자 소통창구 마련, 노사협의회 운영을 계약서에 포함시켰다.

정부는 민간위탁사무를 전반적으로 관리·지원하는 민간위탁관리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한다. 민간위탁 사무 선정과 재계약·위탁계약 투명성 관리, 가이드라인 이행을 점검한다.

가이드라인은 정부가 2012년 마련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과 유사하다.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도 같은 내용의 근로조건 이행확약서를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계약서에도 같은 내용을 반영해 위반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다만 민간위탁 노동자 가이드라인에서 노무비를 별도로 관리하고 계약해지 위반대상에 부당노동행위까지 포함한 것은 용역근로자 보호지침보다 한발 나아간 내용이다.

발전소 경상정비 민간위탁은 존치
실효성 논란 용역근로자 지침과 유사


그럼에도 강제성을 띠지 않은 가이드라인인 탓에 실효성은 의문이다. 마찬가지로 강제성이 없는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시중노임단가 적용률은 72.6%였다. 근로조건 보호 확약서 제출(98.1%)과 고용승계 조항 명시(93.6%) 비율은 높다. 하지만 확약서를 위반해 실제 계약해지나 입찰제한으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없다.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이행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된다. 반면 민간위탁 노동자 가이드라인은 이런 장치가 없다. 정부는 주관부처가 가이드라인 이행 여부를 매년 1회 이상 점검하고 노동부 차관이 주재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TF에 보고하는 방법으로 강제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한국노총은 논평을 내고 “열악한 처지에 있는 민간위탁 노동자들에 대한 정책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한다”며 “정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에 형식적일 뿐만 아니라 강제성이 결여돼 이행담보에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날 가이드라인 발표는 정부가 올해 2월 발표한 ‘민간위탁 정책추진방향’의 일환이다. 당시에는 올해 6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6개월 가까이 지연됐다. 정부는 당시 발전소 경상정비 같은 위험업무 민간위탁 사무를 직접수행할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발전소 경상정비 업무는 민간위탁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관계자는 “우선 민간위탁 사무로 남겨 놓고 처우를 개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작 중요한 민간위탁 직접고용에서는 성과가 없다는 얘기다.

민주노총은 “정부는 공공서비스 질을 높이고 20만명에 달하는 민간위탁 비정규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직영화를 외면했다”며 “허울과 면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제출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