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 사망한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를 맞았지만 고인과 같은 처지의 석탄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10명 중 8명은 여전히 “내 업무와 일터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2의 김용균을 막기 위해 정규직과 차별 없고 안전한 노동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해야 한다는 요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석탄화력발전산업 노동자 인권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하청노동자 74.3% “원·하청 작업공간 차별 있다”

인권위는 이날 토론회에서 한림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실시한 ‘석탄화력발전산업 노동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발전 5사 원·하청 노동자 594명을 대상으로 9월24일부터 10월11일까지 실시됐다.

발전 5사는 12개 지역에 걸쳐 61호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2호기를 더하면 63호기가 가동 중이다. 지난해 기준 발전 5사 하청노동자는 4천587명(27.0%)이고, 원청노동자는 1만2천428명이다.

한림대 산학협력단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 84.5%는 “본인의 업무가 건강이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원청노동자(65.7%)보다 18.8%포인트나 높다. 자신이 일하는 장소가 건강이나 안전에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하청노동자 82.8%, 원청노동자 64.7%로 조사됐다. 실제 본인의 건강수준이 좋지 않다는 응답은 하청노동자 28.3%, 원청노동자 21.6%였다.

하청노동자 74.2%는 사업장 내에서 원·하청 노동자 간 불공정한 차별이 존재한다고 봤다. 그렇게 느끼는 원청노동자는 21.2%에 그쳤다. 불공정한 차별이라고 느끼는 영역으로는 △필수장비·보호구 등 자원지급 차이(76.6%) △작업공간의 물리적 환경 차이(74.3%) △회사출입증 차이(70.3%) 등을 꼽았다.

하청노동자 “자회사 아닌 정규직화 원해”

이번 실태조사에 연구진으로 참여한 엄진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은 주제발표에서 “원·하청 노동자 간 작업공간이 분리돼 있다”며 “더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에게 보장·제공돼야 할 안전조치나 장비는 허술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런 차별이 작업공간뿐만 아니라 고용불안·임금격차·안전위협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는 “석탄화력발전소는 보일러·터빈·운전업무 이외 모든 업무를 외주위탁하면서 노동인권 침해가 나타난다”며 “직접고용으로 고용구조를 단순화하고 노동조건을 정규직과 같은 기준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같은 연구진에 참여한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는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정책과제 우선순위로 연료·환경설비 운전과 경상정비 노동자 직접고용 정규직화 등 11개를 제시했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자회사 전환방식이 발전소 위험의 외주화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적절한지 비판적으로 봐야 한다”며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탄화력발전산업 노동현장 목소리도 같았다. 토론자로 참석한 제용순 발전노조 부위원장은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제대로 논의하지도 못한 채 자회사로 결론이 난다”며 “안전사고와 위험 예방 대책도 시늉만 할 뿐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최규철 발전노조 한전산업개발발전본부 태안발전지부장은 “발전소 하청노동자가 일하는 작업공간에서는 유해·위험환경 개선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배용한 공공운수노조 남부발전운영관리지부장은 “석탄화력발전소 자회사 고용형태는 용역업체 때와 동일하거나 못하다는 지적을 받는다”며 “고용불안이 없고 쾌적한 환경에서 임금차별 없이 일하는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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