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지난달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열어 ㈜홈스토리생활이 1천명의 가사노동자를 직접고용하는 대신 근로기준법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실증특례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실증특례란 제품과 서비스를 시험·검증하는 동안 제한된 구역에서 규제를 면제해 주는 ‘규제 샌드박스’의 일종이다. 애초 홈스토리생활은 가사노동자를 직접고용하는 대신 근로기준법의 휴게·휴일·연차휴가 등 조항의 적용 면제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의 적용 제외 등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번 실증특례 부여로 홈스토리생활이 고용한 가사노동자는 휴일·연차휴가 등이 근로기준법 규정과 다르게 부여되는데, 소정근로시간이 아니라 실제 근로시간에 준해 적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쉽게 설명해 보자. 근로기준법 55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주휴일에 근무했을 경우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 단시간 노동자라도 4주 동안을 평균해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일 경우 주휴일을 부여해야 한다. 주휴수당은 통상근로자의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비율에 따라 결정한다.

문제는 근로기준법은 휴일·휴가 수당 등을 산정할 때 ‘소정근로시간’, 즉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이 기준임에 비해, 홈스토리생활이 고용한 가사노동자의 경우 “실제 근로시간”이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홈스토리생활을 통해 1일 4시간씩, 1주일에 네 가구에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근로기준법대로 하면 이 가사노동자는 1주 동안 소정근로시간이 16시간 이상이므로 주휴일이 보장돼야 하고, 통상근로자의 소정근로시간이 1주 40시간이라면 '16/40×8×약정시급'의 주휴수당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어느 가구에서 갑자기 서비스 요청을 취소하면 어떻게 될까? 홈스토리생활의 가사노동자는 실제 근로시간에 준해 휴일·휴가를 부여하는 것을 허용했으니, 실제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이 돼 휴일·휴가를 보장받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휴일·휴가수당도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현재 가사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의 ‘가사사용인 적용 제외’ 규정으로 인해 대부분 노동법 보호를 받지 못하는데, 홈스토리생활이 직접 가사노동자와 근로계약을 맺게 되면,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수 있으므로 일부 규정을 다른 근로자에 비해 차별적으로 적용하더라도 현재보다는 나아지는 것 아니냐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견해다. 플랫폼기업이 플랫폼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맺는다면 이 노동자는 노동법상 근로자임이 분명하다. 가사노동자와 유사하게 개인과 가정에 가사·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있다. 요양보호사·아이돌보미 등이 요양기관·지원기관 등과 근로계약을 맺고 개인과 가정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데 이들은 근로기준법의 근로자로서 유급휴일·휴가 등을 보장받는다. 플랫폼기업 역시 이런 기관과 마찬가지로 가사노동자를 개인과 가정에 파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가사서비스의 시간당 요금도 플랫폼기업이 정하고 가사노동자가 하는 서비스의 내용도 플랫폼기업이 정한다. 홈스토리생활이 운영하는 플랫폼 ‘대리주부’의 경우 가구의 평형과 노동자의 숙련도(등급)에 따라 시간당 요금이 정해져 있다. 노동자가 해야 할 업무도 분 단위로 매뉴얼에 정해져 있다. 홈스토리생활이 스스로 자부하고 있듯이 가사노동자에 대한 고객의 평점, 후기에 따른 관리도 철저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런 관리형 플랫폼기업을 노동법 사용자로 인정하는 판례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홈스토리생활 같은 플랫폼기업들에 노동법이 정한 최저기준마저 변용하거나 면제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것은 ‘혁신’도 ‘4차 산업혁명’도 아니다. 사용자로서 최소한의 책임도 지지 않고 노동자를 착취할 수 있도록 면허를 부여해 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노동권 연구활동가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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