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노동계와 재계, 정부가 부실한 근로자대표제 개선방안을 논의한다.

올해 2월 노사정이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내용의 합의를 한 뒤 근로자대표제 개선 목소리가 커졌다. 단위기간을 확대할 때 근로자대표와 사용자가 서면으로 합의 또는 협의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을 포함해 근로자대표가 언급되는 법률만 7개다. 관련 분야만 30개가 넘을 정도로 근로자대표 권한이 크다. 그럼에도 근로자대표 선출절차와 책임범위, 합의 효력 등이 명시적이지 않다. 노사정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정비에 공감했다. 다만 구체적인 논의 방향을 놓고는 이견이 크다.

노동계 “독일식 제도 도입”
재계 “근기법 중심 논의”


15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따르면 1기 체제에서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 관련 제도개선 방안을 다뤘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위원장 김인재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기 체제에서 근로자대표제 개선을 중점적으로 논의한다.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는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문제 △손해배상·가압류 제도개선 △특수고용직 보호방안 △노동분쟁 제도개선 방안을 의제로 검토 중이다. 최종 확정된 것은 근로자대표제 개선이다.

노사정은 지난 13일 전체회의에서 근로자대표제 운영실태와 개선방향을 발표했다. 외부 전문가와 공익위원들의 의견을 듣고 노사정 이견이 적은 부분부터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계와 재계는 현행 법규정상 모호한 근로자대표 선출절차와 대표자 권한을 정비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개선범위와 방법에는 의견차를 보인다.

재계는 근기법에 나오는 근로자대표 개념 정리에 무게를 둔다. 경영상 해고 조항이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포함한 유연근로시간제로 흩어져 있는 근로자대표 개념을 합치고 통일하자는 주장이다.

반면 한국노총은 독일식 노동자대표(종업원대표) 제도를 도입하자는 입장이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상 노사협의회 제도보다 노동자 경영참가를 강화한 ‘노동자 경영참가법’ 제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고용노동부는 중장기 대안으로 근로자대표제와 노사협의회 제도 통합을 검토하고 있다. 국정과제 중 하나인 미조직·비정규 노동자 이익대변 기능을 강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노동계와 재계는 과반수노조가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위촉권을 갖는 제도와 관련해서도 입장이 갈린다. 재계는 위촉권을 없애자고 주장한다. 노동계는 “과반수노조 때문에 근로자대표제와 노사협의회가 그나마 작동하고 있다”며 반대한다.

재계는 특정집단이나 직종에 적용되는 현안에 대해서도 사업이나 사업장 전체 근로자대표 동의를 받도록 한 노동부 행정해석 수정을 요구한다. 한국노총은 “특정직종에 제도를 도입하면 사업장 전체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장 전체 근로자대표 동의가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노사정 “성급한 합의 지양할 것”

노동시간 제도·관행 개선위는 근로자대표제 개선과 관련해 논의시한을 못 박지는 않았다. 노사정 모두 합의 또는 공익위원 권고안 발표에 부정적이거나 신중한 분위기다. ILO 기본협약 관련 제도개선 논의처럼 노사 모두 만족하지 못할 권고안이 나올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고위관계자는 “지난번 ILO 관련 논의처럼 단기적으로 논의하지 않고 중장기 과제로 다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경총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합의를 전제로 할 필요도 없고 공익위원이 권고안을 낼 사안도 아니다”며 “노사정이 각자의 애로사항을 말하고 공감하면 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분위기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엄밀히 말해 근로자대표 선출절차 제도는 재계가 이래라저래라 할 사안이 아니다”며 “제도를 개선하기 전이라도 정부가 관련 지침을 보완하거나 근로감독을 강화해 근로자대표 선출에 사용자들이 부당하게 개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주 52시간제 입법 관련 정부 보완대책 추진방향을 발표하면서 “관련 지침을 보완해 근로자대표제가 명확하게 운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근로자대표와 관련한 현행 법률은 근기법·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고용정책 기본법,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촉진법)·고용보험법·산업안전보건법 등 7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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