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파견·용역 노동자 1천300여명이 이르면 내년 4월 전원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정규직 전환 방식을 놓고 투표권을 행사한 1천200여명의 파견·용역 노동자의 87%가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선택한 결과다.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사태를 계기로 민낯이 드러난 자회사 방식 정규직 전환에 대한 노동자들의 높아진 반감이 투표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15일 공공연대노조 서울경기지부에 따르면 지난 10~12일 분당서울대병원 전체 파견·용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방식을 놓고 직종별 투표를 한 결과 투표참가자 1천227명 중 1천70명이 직접고용을 선택했다. 자회사 전환 선택자는 157명에 그쳤다.

분회로 조직된 간호보조·환자이송·청소미화 직종에서는 각각 185명·52명·172명이 직접고용을, 15명·3명·74명이 자회사를 지목했다. 고령자가 많은 청소미화직종에서 상대적으로 다른 직종보다 많은 자회사 선택자가 나온 배경은 병원측이 자회사로 가면 정년을 최대 3년 더 보장해 주겠다는 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직접고용되면 현재 분당서울대병원 정년 기준인 만 60세(환경미화 등 고령친화직종은 만 65세)를 따라야 한다. 다만 전환시점에 이미 정년을 넘긴 노동자들은 퇴직을 1년 유예한다. 자회사 전환의 경우 최대 3년까지 유예하겠다는 게 병원측 안이었다. 윤병일 지부 분당서울대병원분회장은 "아무래도 환경미화에 고령자가 많다 보니 자회사 전환을 선택하지 않을까 걱정한 것도 사실"이라며 "그래도 직접고용에 압도적인 표가 나와 다행"이라고 말했다.

쟁점은 대부분 해소됐지만 채용절차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소지는 남아 있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전인 2017년 7월20일 이전 입사자는 제한경쟁 채용을, 이후 입사자는 공개경쟁채용 절차를 밟아야 한다. 공개경쟁채용시 병원은 경력 6개월(2020년 4월1일 기준) 이상부터 가산점을 부여한다는 방침이지만 외부자 응시로 경쟁률이 높아질 경우 재직자 중 불합격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학균 노조 서경지부장은 “외래간호보조 직종의 경우 절반 이상이 2017년 7월 이후 입사자들이어서 채용절차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텐데도 압도적으로 직접고용을 선택했다”며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기회가 있을 때 직접고용 정규직이 되겠다는 열망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분당서울대병원의 투쟁과 승리가 묻지마 자회사 전환으로 고통에 빠진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분당서울대병원은 16일 축조회의를 통해 직종별 구체적 투표 결과를 발표한다. 이달 중 노·사·전문가 협의회에서 세부협의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