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국가손배대응모임 구성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경찰)와 회사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으로 인한 배상액이 100억원을 넘는다며 '노동자 괴롭힘'을 멈출 것을 호소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반대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을 상대로 국가와 회사가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 중인 가운데 피해 당사자들과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대법원이 하루빨리 국가폭력의 사슬을 끊어 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노총·금속노조·손잡고를 비롯한 23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국가손해배상청구대응모임·쌍용자동차 국가폭력 피해자 일동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에 이렇게 요청했다.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미 경찰청이 자체적으로 꾸린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서 확인됐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올해 7월 국가폭력에 대해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사과했다. 그런데 손배 소송은 취하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노동자들이 경찰에 11억7천만원을 물어주라고 판시했다. 지연이자까지 포함하면 배상액이 21억원을 웃돈다. 회사가 금속노조를 상대로 낸 손배 소송에서도 최근 2심 재판부가 회사 손을 들어줬다. 노조는 지연이자 포함 80억원이 넘는 돈을 회사에 물어줘야 할 판이다.

두 사건 모두 대법원 판단만 남겨 두고 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대법원에 경찰이 노동자들에게 거액의 손배 소송을 제기하는 행위는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만큼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이목이 집중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송상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2009년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진압 이후 10년간 계속되고 있는 소송의 본질은 국가폭력”이라며 “국가폭력을 통제해야 할 1·2심 법원은 기계적인 민사소송 법리만 적용해 피해자들에게 수십억원을 물어내라고 판결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법원이 새로운 국가폭력 당사자가 되고 있다”며 “부디 대법원은 노동 3권을 진정으로 보장하는 판결을 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2009년 해고 뒤 2013년 복직한 이후 월급의 절반을 가압류당한 채희국씨는 “도저히 갚지 못할 것 같은 수십억 돈의 무게 앞에 무기력해졌고 극단적 선택을 강요받았다”고 토로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기자회견 소품으로 만든 모형 돈뭉치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김 지부장은 “무려 100억원이다. 이 돈 때문에 30명의 동료들이 가족을 잃었다”며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도저히 갚을 수 없는 100억원의 사슬을 제발 끊어 달라”고 호소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정의의 여신(법의 신) 디케를 형상화해 저울 한쪽은 모형지폐 100억원을 쌓고 다른 편에는 쌍용차 작업복을 걸어 100억원과 쌍용차 노동자가 당한 국가폭력의 무게를 보여 주는 퍼포먼스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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