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 비상구가 지난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3주년 기념식(정의당 비상구가 6411버스입니다)을 열었다. 이은영 기자
원청이 위험의 외주화로 산업재해 책임을 지지 않는 일이 부지기수인 가운데 개별실적요율제에 따른 산재보험료 할인혜택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은 개별실적요율을 적용해 개별 사업장에서 산재로 지급된 보험급여 액수에 따라 산재보험료를 할인 또는 할증한다. 하청·파견 노동자가 일하다 죽거나 다쳐도 원청 산재보험료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불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개별실적요율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사망에도 원청은 보험료 감면

정의당 비정규노동 상담창구 ‘비상구’ 3주년 기념식이 열린 지난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윤형 공인노무사는 ‘노동자에게 돈이 되고, 힘이 되는 디테일한 노동법률 찾기’를 주제로 노동관계법령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15조(보험료율의 특례)와 시행령 15조(산재보험료율의 특례적용사업)는 산재보험수지율에 따라 개별실적요율을 적용해 기업의 산재보험료를 계산한 뒤 특례적용 제도로 최대 50%까지 인상·인하해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별실적요율제는 개별 사업장에서 3년간 발생한 산재로 지급된 보험급여 액수에 따라 산재보험료를 할인 또는 할증하는 제도다.

이윤형 노무사는 “산업재해 다수발생 사업장이 제도의 맹점으로 인해 산재보험료를 할인받고 있다”며 “대표적인 경우가 현대제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산재보험체계는 자기 사업장에서 산재가 발생하지 않으면 요율을 깎아 주고 사고가 많이 나면 할증을 한다”며 “현대제철의 경우 사고 다수발생 사업장인데도 원청 산재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사람이 죽어도 현대제철의 보험료율은 경감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105억4천536만원의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았다. 같은 기간 하청노동자 4명을 포함해 6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지만 원청인 현대제철은 100억원이 넘는 세제혜택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노동자 5명이 숨진 포스코 역시 올해 상반기에만 94억원의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았다. 사망한 노동자 모두가 하청업체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도 상반기에 각각 12억원·10억원의 산재보험료 감면혜택을 받았다.

원·하청 개별실적요율 반영 법안 국회 계류

원청 소속 노동자가 아니면 원청 산재보험료율 산정에 반영되지 않다 보니, 개별실적요율제가 산재 은폐와 위험의 외주화를 심화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개별실적요율 적용범위를 상시근로자 30명 이상이나 건설업 중 총 공사금액 60억원 이상인 경우 할인율을 최대 20%로 단일화해 대기업에 집중된 할인혜택을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혜택 축소가 아닌 원·하청 공동책임을 강화하는 것을 넘어 개별실적요율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에는 하청·파견 노동자 산재에 원청·사용업체 책임이 있을 경우 이를 원청·사용업체 개별실적요율에 반영하는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당 법안을 발의하며 “원·하청을 불문하고 작업장 내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사고가 원청 개별실적요율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산재보험료 할증을 우려한 사업장에서 유해·위험업무는 도급·파견을 활용하는 위험의 외주화 유발요인이 되기 때문에 수급·파견 근로자에게 발생한 산재를 도급·사용 사업장 개별실적요율에 반영해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윤형 노무사는 “공적부조 성격이 강한 산재보험에 재무적 결과치인 수지율 개념을 도입해 보험료를 증감시키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대기업·공기업 등은 위험의 외주화로 산재발생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 상황에서 개별실적요율제 적용을 받아 일방적 수혜를 받는 사회적 불공정성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수지율에 기반한 개별실적요율제를 폐지해야 한다”며 “다만 산재예방을 위한 사전적 활동을 지표화해 이를 반영하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