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2018년 7월 철도노조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KTX 해고승무원 180명 복직에 합의했다. 그해 11월 1차로 28명의 승무원이 복직한 이후 2019년 7월 60명이 복직(2차)했고, 드디어 지난달 31일 복직 희망자 중 남은 해고노동자 50명이 코레일로 돌아갔다. 이로써 해고승무원들의 13년 복직투쟁은 종지부를 찍었다.

해고승무원들이 “우리가 다시 빛날 수 있게 도움을 주신 고마운 분들과 자리를 함께하고 싶다”며 2019년 마지막날 저녁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생스 파티(Thanks party)’를 열었다. 복직투쟁을 하는 동안 플래카드와 몸자보에 새겼던 “다시 빛날 우리”라는 문구는 “다시 빛난 우리”가 됐다.

복직한 해고승무원들은 전국 각 역에 흩어져 역무업무를 한다. 해고승무원들이 요구했던 KTX 승무원으로 복직은 이뤄지지 않았다. 철도공사가 아직까지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에 승무업무를 위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유다.

합의 뒤에도 몇 차례 미뤄진 복직

3차로 복직하기로 한 50명의 해고승무원들은 끝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다. 지난해 10월 복직이 예정돼 있었지만 몇 차례 연기됐다. 이들은 10월 면접일 전날 면접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12월에 들어선 뒤에야 복직일이 확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날 임용절차를 마치고 첫 교육을 받은 3차 복직 대상자 강혜련(40) 조합원은 “취소 통보를 받고 황당했고 기다림이 불안했다”면서도 “먼저 복직한 동료들이 확신과 용기를 준 덕분에 크게 절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3차 복직자들은 교육을 받은 뒤 1월 말께 역 배정을 받고 역무원으로 근무한다. 그는 “열 살 아들에게 엄마는 비정규직이었지만 자랑스러운 KTX 승무원이었다고 설명해 줬다”며 “아직 자회사에 소속돼 일하는 승무원 친구들과도 함께하고 싶다. KTX 승무원이 철도공사 정규직으로 고용된다는 것을 아들에게도 꼭 보여 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복직 합의 이후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는 사실상 사라졌다. 각자 배정된 역 소속 조합원으로 활동한다. 김승하 전 KTX열차승무지부장은 “처음부터 목표했던 KTX 승무원으로 돌아가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며 “앞으로 코레일에서 투쟁이 완벽히 끝나는 날까지 함께하도록 결의를 다지자”고 말했다.

“철도 생명·안전업무 직접고용 쟁취할 것”

복직 합의 당시 부속합의서에는 “본 합의에 따라 채용된 자가 향후 근무경력 분야로 희망하는 경우 절차에 따라 시행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승무업무를 자회사가 아니라 코레일이 직접 수행할 경우 전환배치할 수 있도록 남긴 조항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코레일은 열차승무원 직접고용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조상수 철도노조 위원장은 “노조는 이번 파업에서도 생명·안전업무 직접고용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투쟁했지만 진전이 없었다”며 “빠른 시일 내 쟁취해 해고승무원들이 제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생명·안전업무 직접고용만이 10년 넘게 이어진 승무원 투쟁의 의의를 바로 세우고 원상회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해고승무원 복직투쟁을 함께했던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도 소회를 전했다. 양 위원장은 “3대 종교단체들이 오체투지를 여러 번 하며 많이 울기도 했는데 시민의 격려와 응원 덕분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300명이 함께 출발했는데 다 같이 오지 못한 점과 현재 승무원들의 정규직화를 이루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후배 승무원들 응원해 달라”
“현장에서도 잊지 않겠다”


이날 정년퇴임한 참석자도 있었다. 2006년 철도노조 비정규직 특임대표를 맡았던 이철의씨다. 해고승무원들이 이 전 대표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그는 “KTX와 SRT 승무원 후배들이 힘겹게 싸우고 있는데 성원해 주고 후배들을 보면 응원해 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복직해서 역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정아무개 조합원은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조합원들 사이에서 철도노조의 코레일 직접고용 투쟁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우리가 어떻게 투쟁했고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현장에서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행사에는 100여명이 참석해 마음을 나눴다. 최종진 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김영훈 정의당 노동이당당한나라본부장, 정수용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신부)·자캐오 대한성공회나눔의집협의회 신부 등 종교계 인사들과 철도노조 전·현직 간부들이 참석했다.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은 “저는 땅콩 갑질에서도 살아남았다”며 역무원으로 복귀한 해고승무원들을 응원했다.

해고승무원들은 ‘우리는 KTX 승무원입니다’ ‘다시 빛난 우리’ 같은 문구를 새긴 소주잔 세트를 기념품으로 제작해 참석자들에게 전달했다.

정미정 전 KTX열차승무지부 총무부장은 “이젠 저희 승무원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며 “함께 고생하셨던 분들이 새해에는 좋은 일로 약주 한잔씩 하실 때 저희를 기억해 달라는 의미를 담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 윤자은 기자
  김승하(40·사진) 전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인사를 나누느라 바빴다. 해고승무원 138명의 복직이 완료된 이날 가장 많은 축하인사를 받았다. 그는 2018년 합의 전까지 수년간 지부장으로서 복직투쟁을 이끌었다. 현재 서울 선릉로 한티역에서 역무원으로 근무한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동료들의 국회의사당 점거 사건을 꼽았다. “그날 저는 국회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 있었어요. 안에 들어간 친구들 걱정에 하루를 꼬박 보내고 무력감이 들었어요. 밖에서 걱정만 하고 있는 게 더 큰 고통이었죠. 그 뒤에는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 하고 역할을 스스로 정하게 됐어요.”

이날 행사에서 해고승무원들은 각자 역에서 근무하면서 찍은 한 명 한 명의 ‘셀카’ 사진을 동영상으로 엮어 상영했다. 동영상 마지막에는 해고승무원들에게 절망을 안겨 준 2015년 2월 대법원 판결 직후 세상을 떠난 동료의 얼굴이 나왔다. 이름 앞에는 ‘故(고)’라는 한자가 붙었다. 김 전 지부장은 “지금 이렇게 즐거운 행사에 같이 하지 못하는 게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우리는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피해자로 남았고 잘못된 판결은 나쁜 판례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바로잡고 지금 함께할 수 없는 그 친구의 명예회복을 완성한 후에야 이 투쟁이 끝났다고 비로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역무원은 신입이지만 투쟁 경력은 베테랑”이라며 “나중에라도 투쟁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역할이 주어지면 꼭 하고 싶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