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상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노력 이행과 관련한 전문가패널에 노동전문가가 포함되지 않아 우려가 제기된다. 패널 의장은 주로 기업을 대변한 외국인 변호사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를 포함해 노동·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ILO 핵심협약 즉각 비준을 위한 긴급공동행동’은 7일 성명을 내고 “한국 정부가 ILO 기본협약 비준을 미루면서 전문가패널 소집이라는 사상 초유의 노동 관련 분쟁해결 절차가 개시됐지만 전문가패널 3명이 자격을 갖췄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가 한·EU FTA에서 명시하고 있는 ILO 기본협약 비준노력 의무를 이행했는지 판단하는 전문가패널은 지난달 30일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양국 정부와 시민사회 자문단·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90일 안에 결과보고서를 작성한다.

전문가패널은 보고서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권고안이나 조언을 담을 수 있다. 3명으로 구성된 전문가패널에 한국 추천 패널은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통상법), EU 추천 패널은 로랑 브와송 드 샤주네 스위스 제네바대 교수(국제법)다. 한국과 EU가 협의해 선정한 의장은 법무법인 바른의 토마스 피난스키 변호사다.

ILO 기본협약 비준 노력의무가 적시된 한·EU FTA ‘무역과 지속가능 발전장’은 노동과 환경에 관한 내용이다. 노동법을 포함해 노동 관련 전문가가 없다. 한국측 패널은 6명의 후보자 중 노동법을 전공한 대학교수가 있는데도 통상법 전공인 이재민 교수가 선정됐다.

게다가 패널 의장인 토마스 피난스키 변호사는 법무법인 바른 홈페이지에서 “민감한 고용·노동 사안에서 다수의 국제기업과 외국 정부의 이익을 대리했다”고 밝히고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부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ILO 긴급공동행동은 “한·EU FTA에는 적용대상이 되는 문제에 대해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전문가패널 자격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노동법이나 국제노동기준에 관한 전문가 한 명 없이 실효성 있는 권고나 조언을 낼 수 있겠냐”고 반발했다.

공동행동 관계자는 “패널 의장인 토마스 피난스키 변호사가 과연 ILO의 노동기본권 선언에 대해 객관적이면서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지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측은 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전문가패널은 무역과 지속가능 발전장을 해석하고, 한국 정부가 이것을 잘 이해했는지 판단하는 일을 한다”며 “노동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궁극적으로는 통상협정이나 국제법에 나오는 단어를 잘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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