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작업 도급금지 규정을 강화한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시행을 앞두고, 현대제철이 순천공장 아연도금 작업에 투입할 인원을 별정직(계약직)으로 신규채용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심지어 2인1조로 했던 부산물 제거와 아연투입 지원업무를 분리해 부산물 제거 작업만 원청 별정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 취지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민주노총은 9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제철은 위험의 외주화 금지를 무력화하는 꼼수를 중단하고 도금작업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고 촉구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31일 순천공장에서 아연도금 작업을 할 별정직 채용공고를 냈다.
이달 16일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시행되면 뇌 중추 마비, 신경장해 등을 일으키는 도금작업은 도급이 금지된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도금작업자의 고용형태를 ‘원청 정규직’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지는 않다. 현대제철이 기존 아연도금 작업을 하던 하청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대신, 계약직 형태인 별정직 채용을 추진하는 것도 법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기존 2인1조로 하던 아연도금 작업을 분리해 부산물 제거만 별정직에게 맡기고, 포트에 아연을 투입하는 작업은 그대로 하청노동자에게 맡기려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두 사람이 함께 부산물을 제거하다가 아연이 부족하면 한 사람이 지게차를 이용해 아연을 투입한다. 현대제철은 불순물 제거는 도급금지 대상이고, 포트에 아연을 투입하는 작업은 도급금지 대상이 아니라고 자체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3월 이미 아연 투입부터 포트 내 이물질 제거까지 아연도금을 위한 전처리 작업으로 판단해 모두 도급금지 대상이라고 행정해석을 내린 바 있다.
“연속 아연도금 라인에서 포트관리 직무에 하청업체 직원을 배치할 경우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도급금지 대상 작업에 해당하는지”를 묻는 민주노총 질의에 노동부는 “포트 내 수위 유지를 위해 아연 덩어리를 투입하고 포트 내 이물질 등을 제거하는 작업은 아연도금을 위한 전처리 작업”이라며 “아연도금 작업의 일련의 과정으로서 도급금지 대상”이라고 답변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도금작업의 투입부터 마무리 작업까지 전 공정을 도급금지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며 “노동부는 특단의 감독과 지도로 현대제철의 도급금지 무력화 편법과 불법을 묵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 현대제철, 도급금지 '2인1조 유해작업' 쪼개 55세 이상 촉탁계약직 채용
- 위험의 외주화 금지 끝내 외면한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
- "아이들 죽음으로 만든 법 더 이상 훼손 안 돼"
- [또 다른 구의역 김군·김용균씨] 광양제철소 폭발사고로 하청 정비노동자 목숨 잃어
- 원청 책임 줄고, 보호대상은 더 줄고 … 죽음의 외주화 방지 '역부족'
- 김용균법·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공포
- 김용균법은 위험의 외주화 막을 수 있을까
- ‘유해업무 도급금지·원청처벌 강화’ 김용균법 국회 통과
-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시행 하루 앞으로] 정부 산재감소 기대하지만 ‘입법 미비 우려’ 사라지지 않아
- “하청도 서러운데 자회사 하청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