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 이제 그만 공동투쟁 회원들이 14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에 대한 비정규직 1천243명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다음달 8일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2차 촛불행진 계획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비정규 노동자 10명 중 8명이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을 혹평했다. 비정규직 열에 아홉은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 출범에 높은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자회사 중심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노동시간단축 보완조치 등 정부가 추진한 노동정책을 보며 부정적 평가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김용균법 시행
비정규직 체감은 ‘싸늘’


‘비정규직 이제 그만 1천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이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비정규직 1천243명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비정규직 85.9%는 노동존중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 대해 “기대가 컸다”고 답했다.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정부 노동정책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76.7%)는 부정적 평가가 “잘하고 있다”(23.3%)는 긍정적 평가를 세 배 이상 앞섰다.

정부가 추진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과 관련해서는 82.4%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70.6%는 ‘자회사 전환방식’을 해당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상시·지속 업무 기준이 문제”라는 답변도 14.4%였다.

이른바 ‘줬다 뺏기’라는 평가를 받는 최저임금 정책과 노동시간단축 정책도 비정규 노동자들의 기대를 실망으로 바꾼 요인이었다. 60.8%가 “최저임금은 비교적 많이 인상했지만, 산입범위 확대로 기대한 것보다 소득이 늘지 않았다”고 답했다. “되레 월급이 줄었다”는 비정규직도 29.1%나 됐다. 48%는 “주 52시간 시행은 잘한 일이지만 탄력근로 확대(추진)는 잘못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7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김용균 노동자 죽음 뒤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개정돼 16일부터 시행되는데도 비정규 노동자들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다.

직장내 괴롭힘을 금지한 근기법 개정안이 시행된 뒤에도 “괴롭힘이 줄지 않았다”는 응답이 51.5%였다. 이 중 42.7%는 “거의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개정된 후 직장 안전보건 문제가 달라졌냐는 질문에는 73.4%가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63.5%는 직장에서 산업재해와 괴롭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새해에도 비정규직 처우개선 안 될 것”

비정규 노동자 10명 중 9명(92.5%)은 “우리 사회가 불평등하다”고 봤다. 69.7%는 “새해에도 비정규직 처우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관했다.

정부 노동정책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34.8%는 “문재인 정부가 노동존중 공약을 일부만 지키고, 친재벌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답했다. 21.5%는 “친노동 공약은 지키지 않고 친재벌 정책을 펼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정적 반응은 “노동존중 공약을 다 지키지는 못하겠지만, 친노동 정책을 펼칠 것”(33.8%)이라거나 “노동존중 공약과 정책을 지킬 것”(9.8%)이라는 긍정적 반응을 웃돌았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52.3%가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원 15층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김수억 공동투쟁 공동소집권자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3년이었다”며 “정부가 의지를 갖고 노동정책을 추진하도록 비정규직들이 직접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공동투쟁은 다음달 8일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2차 촛불행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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