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배달음식주문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자회사인 우아한청년들이 배달노동자와 불공정계약 소지가 짙은 배송대행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을이 중상해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피해를 책임진다”거나 “운송수단 안전점검을 하지 않아 사고가 일어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청구하지 않고 자신의 부담으로 한다”는 식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사고 나면 책임은 라이더가 져라?

15일 <매일노동뉴스>가 배민라이더스와 배민커넥트의 ‘배송대행 기본계약서’를 입수해 살펴봤다. 배달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규정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우아한청년들에서 일하는 배달노동자는 직접고용된 배민라이더와 ‘배송대행 기본계약서’를 맺고 일하는 배민라이더·배민커넥터로 나뉜다. 배민커넥터는 배달 경험이 없는 일반인으로 자신 소유 이동수단(오토바이·전기자전거·자전거·전동 킥보드)으로 일할 시간·장소를 자유롭게 정해 일한다.

배송대행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은 사고나 법률 위반으로 인해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소재를 따지는 조항에 담겨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교통사고처리법)상 중과실사고와 중상해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피해는 전적으로 ‘을(라이더)’이 책임을 진다”는 조항이다. 교통사고로 라이더가 중상해를 당했을 경우에는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우아한청년들은 보상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회사는 라이더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을은 배송대행서비스 제공시 운송수단의 기본적인 안전점검을 상시 시행해야 한다. 을이 의무를 위반해 사고가 일어날 경우 갑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청구하지 않고 자신의 부담으로 할 것을 서약한다”거나 “주문한 음식과 함께 주류를 배달하는 경우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이용자의 신분증을 확인한 후 전달해야 한다. 이를 위반해 발생하는 책임은 을이 부담한다”는 조항도 있다.

불공정계약, 위법 가능성

공정거래위 관계자는 약관법을 위반한 위법한 계약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약관법은 사용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한 내용의 약관이 작성·통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법률이다. 공정거래위 관계자는 “사건 발생시 사업자 조치의 적절성과 귀책사유 유무 등에 따라 이의를 제기하거나 법적 대항을 하는 것은 고객(약관을 제안받은 자)의 당연한 권리”라며 “이를 제한하는 것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와 약관을 맺은 라이더에게 불리한 소송 제기 금지 조항을 강요하는 것이 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주류 배달 때 신분확인 책임과 관련해 공정거래위 관계자는 “주문자가 성인임은 앱에 등록된 개인정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배달자는 주문자와 수령자가 동일인임을 확인하는 역할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배민커넥터 계약서에만 있는 ‘운행수단별 보험 관련 특약사항’에 이와 유사한 조항이 또 있다. 시간제 배달노동자에게 배송수단 상시 점검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본인이 쓰는 운송수단의 경우 점검이 소홀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 대신 수리해 줄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작성된 조항”이라며 “라이더가 업무 중에 사고가 날 경우 산재보상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사자의 귀책사유에 한해서만 해당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불공정 내용으로 볼 수 없다”며 “자기 소유의 운송수단을 사용함에 있어 기본적인 안전점검을 잘 이행해 본인의 사고를 예방하자는 목적의 아주 낮은 정도 의무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국가가 공인한 (이륜차) 정비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라이더들에게 정비책임을 맡기는 것은 과도하다”며 “오토바이 고장이 기계적 결함인지 정비 불량인지는 알 수 없는 것이고 각각의 상황에 대해 다퉈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