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여야 정당이 올해 4월 총선에서 ‘죽음의 외주화’를 뿌리 뽑기 위해 사내도급을 포함한 도급 금지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공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고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최고임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이사장 김유선)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 강의장에서 ‘한국의 노동 2020-10대 의제와 25개 과제’ 노동포럼을 열었다. 연구소는 “문재인 정부 집권 중반기를 넘어가면서 노동개혁 추진 의지가 약화하고 기업경쟁력 강화 논리가 부상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 중간평가 성격을 갖는 총선을 맞아 불평등·저임금·불안정 등 노동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1만원 시기 밝히고 최고임금제 도입해야”

연구소는 이날 총선 노동의제로 10대 의제, 25개 과제를 제시했다. 연구소 ‘노동의제 2020’ 사업팀이 구성·검토한 결과다. 주제발표는 사업팀 연구자들이 담당했다.

연구소는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의제에서 “(사내)도급 단계적·전면적 금지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산업재해 은폐 사업주 처벌 강화”를 주문했다. 박용철 선임연구위원은 “단계적으로 유해·위험업종과 생명·안전업무 도급을 금지하고, 나아가 제조업 도급을 금지해야 한다”며 “매년 발생하는 산업재해 사망자 2천명의 절대다수가 하청노동자인 현실에서 경영책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의제를 담당한 김유선 이사장은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 397만명은 해고·근로시간 제한 등 근기법상 주요 조항을 적용받지 못한다”며 “5명 미만 사업장에 근기법을 배제할 합리적 근거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5명 미만 사업장에 일부 적용하는 조항을 정리한 근기법 시행령 <별표 1>을 개정해야 한다”며 “빠르게 증가하는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에게도 근기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연대임금정책으로 임금격차 축소’ 의제에서는 최고임금제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무산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만 하지 말고 언제까지 이행할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최저임금의 7배 이내로 최고임금 상한선을 정하고 이를 넘어서는 소득에 높은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랫폼 노동자 권리보호·ILO 기본협약 비준 우선 처리”

4차 산업혁명 이면에서 빠르게 늘어나는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권리보호 방안도 총선 의제 목록에 올랐다. 황수옥 연구위원은 “플랫폼 노동 확산은 과거 특수고용 확산과 유사하게 위장자영업자 형태를 띠고 있다”며 “위장자영업자에 대한 규제방안을 마련하고 이들을 노동자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자와 자영업자에 포함되지 않는 중간영역 종사자의 경우 유사노동자 개념을 도입할 수 있다”며 “종속성이 있다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로 포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국회에서 사실상 물 건너간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 관련 법안을 21대 국회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노광표 소장은 ‘노조할 권리’ 의제에서 “21대 국회는 우선적으로 ILO 관련 입법안을 통과시켜 모든 노동자의 단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한편 “노사 간 논란이 되고 ILO 협약과 직접 연관이 없는 법안은 별도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연구소는 이 밖에 △산업민주주의 강화(상시 10명 이상 사업장 근로자대표제도 도입 의무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현·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 도입 등)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사회안전망 강화(기초연금 강화·사회서비스원 확대 등) △차별과 폭력에서 벗어나 일할 권리(차별시정절차 개편·직장내 괴롭힘 범위 확대) △노동법원 신설을 총선 공약에 담아야 할 과제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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