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영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에 들인 노력의 100분의 1만 부당노동행위 사건에 투입했더라면…. 최근 반년간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왔던 조국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집행과 구속영장 청구 소식을 접하며 특히 노동법률가들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부당노동행위 고소 사건을 비롯한 노동관계 사건에서 운동장은 기울어 있었다. 노동자들은 아래쪽에 있었다. 최근 삼성의 노조와해 부당노동행위 사건에서 법원이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 등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일부는 법정구속하지 않고) 일부를 법정구속하기는 했지만 그러한 결과는 검찰의 ‘이례적’인 적극적 수사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과거 유성기업을 둘러싼 형사 사건에서 대표이사 회장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실형 판결로 이제 운동장이 조금씩 평형을 맞춰 가는가 하는 기대도 잠시 들었다. 하지만 최근 같은 법원이 유성기업 사용자측의 노조파괴비용 횡령 배임 사건에서 1심이 선고한 형량을 줄이면서, 반대로 노동조합원들이 노조파괴에 항의하며 우발적으로 벌인 폭행 사건에 대해 1심이 선고한 집행유예 형을 파기하고 형량을 늘려 실형을 선고한 상반된 사례를 보면서 안타깝게도 아직도 운동장이 한참 기울어져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지난해 12월 말 고용노동부는 포스코의 2018년 노조와해 등 혐의에 관해 포스코 본사와 데이터센터 등을 압수수색했다. 해당 고소는 2018년 10월 진행됐는데, 그로부터 1년이 훌쩍 지나서야 비로소 압수수색이 진행된 것이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사실은 포스코의 노조와해 혐의가 상당히 소명됐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다행이지만, 한편으로 만시지탄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018년 9월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설립 이후 복수노조 제도를 악용한 포스코 관리조직의 지배·개입 행위가 횡행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현저히 훼손된 노동조합의 자주적 질서는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 단결권 침해 범죄에 대한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초동 수사가 중요한 이유다.

수사뿐만 아니라 기소 이후 판결 내용도 문제다. 전주에 있는 현대자동차 판매대리점에서 근무하던 비정규직 판매직원 9명은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2016년 계약해지를 당했다. 대리점 소장은 ‘이래도 노동조합을 탈퇴하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한두 명씩 차례로 길거리로 내몰았다. 노동조합 탈퇴서 작성을 강요하고 계약해지에 이르는 등 부당노동행위가 명백했으나 검찰은 2018년에야 기소했다. 무려 9명의 노동조합원이 수년째 길거리로 내몰린 상황, 계약해지가 부당노동행위임이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확정됐음에도 몇 달째 노동위원회의 원직복직 구제명령조차 이행하지 않은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엄벌에 처하는 것이 타당하고 상식적이다. 그런데 검찰은 어이없게도 벌금 700만원을 구형했다. 당황한 해고노동자들에게 ‘법원은 검찰 구형에 구속되지 않고 피해자수가 많고 피해 정도가 심각하며 죄질이 나쁘니 적어도 집행유예는 선고될 것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법원까지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전주지법 2019. 12. 12. 선고 2018고단1279 판결). 검사와 피고인 대리점 소장 모두 항소하지 않아 결국 판결이 확정됐다. 과연 9명의 단결권 침해 범죄피해자들이 이러한 수사와 판결을 수긍할 수 있을까?

자동차 판매대리점 비정규 노동자들은 2018년 6월에 고소한 원청 현대차에 대한 수사 결과도 기다리고 있다. 현대차는 대리점에 노동조합 탈퇴종용을 지시하거나 대리점 계약을 해지해 노동조합 조직을 와해 내지 약화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부당노동행위는 헌법 33조가 보장한 노동자 기본권을 침해하는 중대 범죄임을 수사기관이 엄중하게 인식해 조국 수사에 들인 정성의 100분의 1만이라도 투입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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