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강예슬 기자
“배달 수수료에 따라서 일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데 그 금액이 갑자기 달라지니까 씁쓸하고 화가 나죠. 주변 라이더들이랑 얘기해 보면 열에 일곱은 프로모션 제도가 폐지되면 그만둘 거라고 말해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자회사인 우아한청년들과 업무위탁계약을 맺고 4년째 배달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김지한(37·가명)씨. 그의 임금은 배달 건마다 책정하는 수수료가 전부다. 그런데 최근 회사가 잇따라 임금 하락이 불가피한 정책을 시행한다고 통보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배달노동자 노동시간을 제한하겠다고 하더니 통보 2주 뒤에는 라이더 숫자와 날씨, 해당 지역 상황에 따라 500원에서 2천원까지 추가로 지급하던 프로모션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예고했다.

“10명 중 7명은 그만둘 생각해요”

우아한청년들은 지난 22일 예고 없이 배달노동자들이 쓰는 업무용 애플리케이션(브로스)에 “프로모션을 1월31일 종료하겠다”는 내용의 공지를 띄웠다. 프로모션 금액이 배달 전날 저녁 9시에 공지돼 불안정하다는 배달노동자들의 지적을 받고 난 뒤 얼마 되지 않아서다.

김씨는 “프로모션이 사라지면 한 콜당 통상 1천원 정도 덜 받는다고 보면 된다”며 “현재 하루 10시간 풀로 근무해 순수익 300만원 정도를 가져가는데 이대로라면 순수익이 100만~200만원 사이로 뚝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씨는 자기 소유 오토바이를 가지고 일하는 배민라이더로 식비와 기름값, 오토바이 유지관리비·보험료 등을 고정비용으로 지출한다. 특수고용직이다. 우아한청년들과 근로계약을 맺고 일하는 정규직 라이더와 일은 같지만 고용형태가 다르다.

우아한청년들은 지난 11월 시행됐던 프로모션 제도를 시행 이전으로 돌리면서 동시배차 제한(배달노동자가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최대 주문량)도 이전처럼 2건에서 5건으로 되돌린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숙련 배달노동자의 경우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콜을 수행해 프로모션 종료로 줄어든 임금을 만회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2018년부터 배민라이더로 일해 온 홍현덕(45)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사측이) 동시배차가 가능한 숫자가 늘어난다고 해도 배민커넥터 유입이 증가하면서 콜 경쟁이 심해져 현재보다 더 많은 콜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배민라이더들 대부분이 다른 대행업체를 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체교섭 통해 플랫폼 노동자 권리 지켜야”

근로조건이 오락가락 제멋대로 바뀌는 이유는 노동법 사각지대 때문이다. 특수고용직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할 때 노동자 과반수나 과반수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9월부터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거래상 지위남용행위 심사지침’을 시행하고 있지만 시정명령·과징금 처분에 그쳐 한계가 있다. 이 지침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거래조건을 변경하는 것은 불이익 제공 행위에 해당해 공정거래위 제재를 받는다.

노동계에서는 단체교섭을 통해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성종 플랫폼노동연대 대표는 “보통의 노동자처럼 근로계약서를 쓰고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다면 사측이 근로조건 변경을 일방적으로 할 수 없다”며 “실현 가능성이 높은 해법은 당사자 간 교섭을 통해 합의하고, 합의를 위반한 쪽이 책임을 지게 하는 교섭”이라고 주장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플랫폼기업이 효율적인 시스템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라이더들의 소득을 저하시키거나 노동강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꿀 것”이라며 “시장점유율이 높은 플랫폼기업의 경우 노사정 논의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비스일반노조 배달서비스지부 배민라이더스지회와 라이더유니온은 우아한청년들과 교섭하기 위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우아한청년들은 배민라이더스지회를 교섭대표노조로 공고했다. 라이더유니온은 28일 오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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