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현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그러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많다.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없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괴롭힘 문제 해결 절차다. 고용노동부도 아닌 회사 사장에게 신고해 처리하게 했기 때문이다. 직장내 괴롭힘의 대부분은 “회사를 위한 충심”에서 시작된 것인데, 결국 어찌 보면 사장에 충성하는 직원을 사장에게 신고하라는 꼴이다. 팔이 안으로 굽지 밖으로 굽겠나, 그런 의문이다.

갑을관계가 있는 한 노동법은 지켜지지 않는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건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만의 문제는 아니다. 권력관계가 존재하는 모든 영역에서 법은 잘 지켜지지 않는다. 특히 사장과 노동자 간 갑을관계가 명확한 근로계약에서 ‘을’의 지위인 노동자가 사장이 노동법을 어겼다고 적극적인 신고를 하기는 어렵다. ‘갑’인 사장은 “누가 감히 날 신고한다는 거야? 잘리고 싶어?” 하는 식이다. 애초 노동법 준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라”고 하지 않았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했다. 법은 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는 게 문제다.

예를 들면 이렇다. 노동법에 따르면 1주일에 1일은 ‘유급’휴일을 줘야 하고, 1일 8시간을 넘게 일하면 시급을 50% 올려 줘야 하며, 일을 하다 다치면 치료비는 물론 치료하며 쉬는 기간에 대한 임금도 줘야 한다. 임금을 한 달에 한 번 늦지 않게 줘야 함은 당연하다. 임금이나 근로시간·근무내용 등을 담은 근로계약서를 문서로 반드시 작성해 교부해야 하고, 전체 근로자에게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임금 등 근로조건(취업규칙)은 문서로 작성해 공개해야 하며, 입사 이후에는 사장 마음대로 임금을 깎는 등 근로조건을 나쁘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 이 내용들은 모두 노동법의 기본인 근로기준법에 있는 것이고, 이를 위반하는 행위는 모두 범죄다. 즉 근로자를 보호하는 위 규정들은 모두 노동법의 기본 중의 기본에 해당함에도, 상담을 하다 보면 연장근로 가산수당은커녕 퇴직금이나 월급조차 제때 주지 않는다며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너무나 많다. 이럴 때 해결 방법은 당연히 노동부에 신고하는 것이지만, “그러다 괴롭힘 당하면 어쩌나요” “업계에 소문나면 어쩌죠?”라는 걱정스런 답변부터 돌아온다. 법이 있어도 사장과 근로자 간 갑을관계가 존재하는 한 사장은 마음대로 법을 어기고, 노동자는 불이익이 두려워 말도 못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있으면 노동법이 준수된다

여기까지 보면서 “설마 아직도 이런 사업장이 있어?” 하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노동자가 아니거나, 공무원이거나,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상담을 해 보면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는 이런 기초적인 노동법 위반 상담은 거의 없다. 당연히 지켜지기 때문이다. 헌법에 따라 노동자들이 단결해 만든 노동조합은 사장과 노동자 개인 간 힘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역할을 한다. 힘의 불균형이 해소되면 비로소 사장도 노동법을 마음대로 어기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미디어에 비친 노동조합은 폭력 등 법질서를 훼손하는 집단으로 묘사되지만, 실제 현장에서 겪어 보면 노동조합은 노동법을 준수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그 회사 경영진의 비리를 정화하는 역할까지 한다. 즉 노동조합은 편견과는 달리 산업현장의 법치 실현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 노동조합에 가입된 노동자는 10%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공무원도 아니고, 노동조합도 없는 대다수 노동자들에게 노동법은 있으나 마나 한 법인 것이다. 모든 노동자가 공무원이 될 수는 없으니, 노동법이 준수되는 국가를 실현하려면 누구나 노동조합에 쉽게 가입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우선은 노동조합을 적대시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집단이라는 편견을 조장하는 언론 환경부터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학교에서부터 노동 3권을 교육해 국민 누구나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하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헌법을 따르는 나라, 노동법이 준수되는 나라를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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