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화재노조가 3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출범선언을 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오상훈 노조 위원장이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정기훈 기자

삼성에 노조설립 바람이 거세다. 최근 삼성화재 노동자들이 노조 깃발을 들었다. 삼성전자노조는 지난해 출범했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는 노조설립 논의가 무르익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는 한결같다. 삼성의 일방통행식 경영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화재노조 “5% 성골·진골이 지배하는 구조 바꾸겠다”

삼성화재노조(위원장 오상훈)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범을 알렸다. 오상훈 위원장은 “삼성에서 노조라는 두 글자는 입에서 꺼내기조차 두려운 단어였다”며 “오늘 우리는 노조 출범을 통해 노동자의 헌법상 권리와 노동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일방통행식 경영에 종지부를 찍으려 한다”고 말했다.

1952년 창립한 삼성화재에 68년 만에 노조가 설립된 것이다. 노조는 이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남부지청에서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삼성화재에는 노조가 없는 대신 평사원협의회가 있다. 임직원 5천600명 중 3천여명이 속해 있지만 노동자 목소리를 대변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평사원협의회가 요구사항을 관철할 단체행동을 할 수도 없고 사측이 협약을 지키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를 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 위원장은 “삼성화재에는 신라시대 골품제도처럼 (삼성)그룹에서 나온 임원은 성골, 그룹과 조금이라도 끈이 있으면 진골, 삼성화재에서 임원으로 승진하면 6두품으로 불리고 나머지는 모두 평민”이라며 “노조가 5%도 안되는 성골·진골이 조직을 지배하고 6두품 귀족이 평민을 괴롭히는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회사의 일방통행식 경영으로 상사가 인격을 무시해도 참고 견뎠고, 부당한 인사발령·고과·승진체계·불합리한 목표와 각종 차별대우에도 말 한마디 못했으며 과중한 업무에 대해서도 입도 뻥긋 못하고 참아 내야 했다”며 “우리 권리를 되찾기 위해 노조가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노조가입을 희망한 직원이 150여명이라고 밝힌 오 위원장은 “올해 안에 과반수노조를 만들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SNS에 노조출범준비위 만들고
집행부 모집하는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자들


삼성그룹 계열사 노조설립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성과급(OPI) 0%’ 회사 방침에 뿔난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자들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과 네이버 밴드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노조설립 논의를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양대 노총에 노조설립 문의를 한 뒤 곧바로 삼성디플레이노조출범준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자들의 이런 움직임은 삼성 계열사에서 노조설립이 극비리에 추진되던 예전과 양상이 다르다. 회사의 일방통행식 결정에 문제의식을 가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노조설립 추진 집행부와 서포터그룹을 만들었다. 또 SNS에 진행 과정을 공유하고 있다.

노조를 바라보는 삼성 노동자들의 인식이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진윤석 삼성전자노조 위원장은 “회사가 노조가입 독려 메일을 무단으로 삭제한 사건이 발생한 뒤 노조가입이 대거 늘었다”며 “회사의 부당한 결정을 감시하고 견제할 세력으로 노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노조 와해공작 유죄 판결 이후 ‘무노조 경영’과 관련해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쳤던 삼성에 새로운 노사관계가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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