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현금으로 나오던 명절상여금이 어느 순간 생활용품이나 식용유가 든 선물세트로 바뀌었어요. 회사에서 받는 복지는 생일에 주는 3만원에 명절 때 받는 선물세트밖에 없는데, 선물세트 대신 돈으로 달라는 게 그렇게 무리한 요구인가요?”

천사노인요양원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김미선(가명)씨는 200만원이 채 안 되는 임금을 받고 일한다. 야간근무로 발생하는 연장·야간근로수당과 근속수당 등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그는 “회사 복지라고는 연말 송년회 한답시고 밥 한 끼 사 주는 것 말고 없다”며 “상여금을 받아 손주에게 세뱃돈이라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를 포함해 천사노인요양원 요양보호사들이 명절상여금 지급을 촉구하며 7일부터 8일까지 파업한다.

3일 요양서비스노조 서울지부(지부장 노우정)에 따르면 천사노인요양원분회는 지난 30일 조합원총회를 열고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했다. 전체 조합원 62명 중 48명이 투표에 참여해 97.9%가 찬성했다.

노사는 명절상여금 액수를 놓고 갈등했다. 분회는 지난달 7일 마지막 교섭에서 근속연수 차등 없이 모든 요양보호사에게 설날과 추석 각각 상여금 3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3년 미만 경력의 요양보호사에게 5만원, 3년 이상~6년 미만 요양보호사에게 10만원, 6년 이상 요양보호사에게 15만원씩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지난달 16일부터 29일까지 세 차례 이어진 조정회의에서 서울지노위는 “3년 미만 연 20만원, 3년 이상~6년 미만 연 30만원, 6년 이상 연 50만원”을 조정안으로 내놓았지만 사측은 조정안 수용을 거부했다. 서울지노위는 조정을 중지했다.

노우정 지부장은 “서울지노위에서 제시한 조정안은 노조와 사측의 요구가 모두 반영됐지만 사측은 수락하지 않았다”며 “법에 보장된 단결권을 행사해 명절상여금을 쟁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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