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영 기자
노동위원회는 1953년 설립된 후 준사법적 행정기관으로 노동자 권리구제와 노동분쟁 해결기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신속한 권리구제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달리 전문성·공정성 부족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노동위 판정 불복에 법원소송까지 이어질 경우 사실상 5심제로 분쟁절차가 이뤄지는 탓에 노동법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노동법 관련 전문가들은 “96%의 권리구제가 노동위 심판 단계인 2개월(지방노동위원회) 또는 5개월(중앙노동위원회까지 포함) 안에 해결되고, 부당해고 사건 관련 권리구제도 급증하고 있다”며 “노동위 단점만을 부각해 노동법원 설립 근거로 삼기보다는 노동위 순기능을 유지한 상태에서 노동 전문 법관 확대와 노동사건 전담 재판부 활성화를 통한 법원의 노동 전문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들은 노동위 현행 유지를 주장하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노동위에 제기된 전문성·공정성 결여나 권리구제 사각지대 보완을 위한 기능 강화와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적정하고 공평·신속한 분쟁해결 기구로 노동위가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금체불 구제·근로자지위 확인제도 필요”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노동위원회의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의 쟁점과 과제’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한국비교노동법학회와 한국공인노무사회, 정성호·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함께 주최했다. 정책세미나에 참석한 노동법 관련 전문가들은 노동위의 성과와 한계를 진단하고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이들은 노동위 전문성 확보를 위해 심판·차별시정담당 공익위원 자격기준 강화와 조사관 직무전문성 확보는 물론 노동위의 심판과 차별시정 관장범위 확대를 통한 권리구제 사각지대 해소를 주문했다.

이건우 공인노무사(공공노무법인)는 “노동위 분쟁해결 절차는 적정·공정·신속·경제 등 4가지 지향원리가 실현될 수 있도록 운영돼야 한다”며 “이 중에서도 신속한 분쟁해결 실현을 위해서는 현재 노동분쟁사건 중 노동위 소관사무로 규정하고 있는 영역에 대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노무사는 신속한 분쟁해결을 위한 법·제도 개선과제로 △임금체불 구제제도 도입 △차별시정 관장범위 확대 △파견근로자 직접고용의무존재확인 제도 도입을 꼽았다. 그는 “임금체불분쟁 구제방안으로는 형사적·민사적 구제방안만 운영될 뿐”이라며 “근로기준법의 균등대우 원칙 위반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서의 차별적 처우에 대한 행정적 구제제도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노무사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 따른 노동위 차별시정제도는 기간제 근로자만 보호하고 있을 뿐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전환된 근로자는 보호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며 “고용형태를 근기법 6조(균등한 처우)의 차별금지사유의 하나로 명시해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물론 균등대우 원칙 위반에 대해서도 노동위에 차별 시정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익위원·조사관 전문성 제고 다각도로 이뤄져야”

노동위 운영 관련 전문성과 중립성 확보를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노동법 전문가들은 적정하고 공평한 분쟁해결을 위해 노동법·법학 전공자를 중심으로 한 공익위원 구성과 조사관 전문성 강화, 문서제출명령제 도입을 요구했다.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교수(지식융합학부)는 “조사관은 사건 쟁점 등 실태 파악을 가장 잘하고 있기 때문에 조사관이 정리한 보고서는 심문회의 전 위원들이 사건 파악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조사관에 대한 정기적 직무교육과 장기 복무, 증원을 통해 전문성 제고가 다각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복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심판국장은 “노동위는 급속한 사건 증가와 장기근속 부재 등으로 충실한 직권조사 및 심문회의 시간 확대가 어렵고, 조사관 교육과 경력관리, 연구기능 부재로 일적·물적 기반이 취약한 상태”라며 “상임위원 확충과 상임위원 주심제 도입 및 공익위원 자격요건·전문성 제고를 통해 복잡·다양한 노동분쟁에 대비하는 노동위로 변화·발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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