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LG유플러스가 CJ헬로(현 LG헬로비전)를 인수한 뒤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안전문제를 걱정할 정도로 실적압박을 받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희망연대노조(공동위원장 유용문·이동훈)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지부장 이승환)는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이 협력업체에 제공하는 수수료 중 인센티브 기준이 강화하면서 협력업체 노동자의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부에 따르면 LG헬로비전 협력업체는 고객센터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대화방이나 구두로 케이블방송·인터넷 설치·철거·수리(AS)기사들에게 실적을 압박하고 있다.

지부가 이날 공개한 자료를 보면 LG헬로비전은 지난 1일부터 10일 동안 ‘고객센터 리그전’을 열고 센터별 실적에 순위를 매겨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LG헬로비전 케이블방송을 보는 고객의 인터넷 추가설치 건수에 따라 20만~200만원의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원청이 협력업체에 지급하는 전체 수수료 중 인센티브 비중이 높아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승환 지부장은 “센터들은 추가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혈안이 돼 기사들을 압박한다”며 “기사들은 할당된 작업을 하면서도 틈틈이 영업 안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일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작업을 빨리 마치려다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날 공개된 한 고객센터 SNS 단체대화방에는 시간별·지역별 실적현황을 공유하며 현장 기사에게 영업목표 달성을 당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부는 “일부 고객센터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소작업 차량 같은 장비를 갖추지 않은 현장기사(SM·Service Master)들에게 전봇대에 오르는 승주작업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LG헬로비전 고객센터는 현장기사와 별도로 승주작업을 하는 전송망 전문 직원을 두거나, 전송망 작업을 외주회사에 맡긴다. 전송망 작업을 외주화한 LG헬로비전 일부 협력업체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현장기사에게 승주작업을 맡겼다는 것이다.

유용문 공동위원장은 “LG헬로비전과 LG유플러스가 노동자들을 실적급 구조에 가둬 놓고 실적을 채우지 않으면 가족과 제대로 된 삶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임금체계를 만들어 노동자들을 과로로 내몰고 있다”며 “간접고용 구조를 바꿔야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헬로비전측은 “협력사의 영업활동은 대부분 영업전문인력을 통해 진행된다”며 “영업 인센티브는 설치기사들에게 추가 소득의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또 “승주작업을 포함해 협력사의 산업안전 관련 실태를 점검하고 산업안전환경 개선과 산재 예방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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