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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갑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장] “부평2공장 전기차·내연기관차 혼류생산 시작해야”

기사승인 2020.02.13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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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훈 기자

지난달 16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호텔에서 열린 한국지엠 준중형SUV 트레일블레이저 신차 발표회에서 ‘전투복’(노조조끼)을 입고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과 손을 맞잡은 김성갑(55·사진)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장의 모습이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2018년 군산공장 폐쇄 후 극심했던 갈등을 딛고, 공장 정상화를 향해 달려가겠다는 노사의 의지를 보여 준 장면으로 회자됐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지엠이 산업은행에서 8천100억원의 자금지원을 받은 뒤 첫 번째로 선보인 신차로, 경영정상화의 성패가 달린 핵심 모델이다. 다행히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지난 10일 오전 한국지엠 인천 부평공장 지부사무실에서 만난 김성갑 지부장은 “한창 두드려 맞던 한국지엠이 정상화 길목에 들어섰다”며 “이제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한국지엠의 미래발전 전망을 함께 그려 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 지부장 말마따나 한국지엠은 군산공장 폐쇄와 잇단 정비·물류 구조조정, 연구개발(RD)법인 분리 문제 등으로 지난해까지 노사갈등의 골이 깊었다. 노동자들의 사정이나 의견은 안중에 없고, 글로벌지엠의 매뉴얼에 따른 일방통행식 운영이 매번 갈등을 초래했다. 한국지엠 스스로 노사관계의 불확실성을 키운 셈이다. 김 지부장이 취임 일성으로 “대등한 노사관계”를 외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지부장은 “지금까지 공장의 미래비전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그려 왔다”며 “회사 포트폴리오를 보면 2022년 8월 이후 부평2공장의 생산계획은 없다. 빈칸이다. 이 빈칸은 노사가 함께 채워 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부평공장, 한국지엠 미래차 생산기지 돼야”

김 지부장이 생각하는 빈칸에 들어갈 정답은 명확했다. 부평2공장을 지엠의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 미래차 생산기지로 만드는 것이다. 현재 지엠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EV는 미국 미시간주 오리온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2030 자동차산업 로드맵(2030 미래차 산업 발전전략)을 보면 203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미래차 3천만대 시대가 도래한다고 판단하고 국가적 책임으로 자동차산업 구조를 전면재편하겠다고 나서고 있어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미래차 시대로 달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부평공장을 미래차 생산기지로 만들자는 얘기입니다.”

그는 기존 부평2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2공장은 생산라인 간 간격이 넓어 소형차·중형차, 승용차·SUV를 혼류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공장에서는 한때 아베오(소형차)·말리부(중형차)·캡티바(중형SUV) 등 서너 개 차량을 혼류생산했다.

한국지엠이 2013년 발표한 ‘GMK 20XX’ 사업계획에도 전기차를 포함한 6개 차세대 글로벌 차량을 한국에서 생산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글로벌지엠 역시 이미 국내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타진해 봤다는 얘기다.

“물론 수요와 공급 법칙에 의해 한국 시장에서 단기간 2공장 전체를 전기차 공장으로 하자는 건 아닙니다. 전기차와 기존 내연기관차 혼류생산 비율을 1 대 9로 시작해 차츰 2 대 8, 3 대 7로 늘려가는 식으로 연착륙해 보자는 거죠. 그러다가 전기차 인프라가 갖춰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점에 2공장을 전기차 생산 전용공장으로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배터리·전기차 충전소 등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진다면 그때는 마치 2G폰 시대에서 3G폰 시대로 훅 넘어갔듯 전기차 시대가 도래할 겁니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해요.”

이를 위해 김 지부장은 회사에는 전기차·내연기관차 혼류생산을 요구하는 한편, 금속노조 인천본부와 함께 인천시에도 노정교섭을 요구할 방침이다. 그는 한국지엠의 지속가능한 친환경 미래차 생산을 위해 노사민정이 함께 참여하는 ‘미래차대책위원회’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 정기훈 기자

“외투기업 국가가 감시해야 … 위기관리 지원책 필요”

한국지엠 정상화를 위해 발 벗고 뛰고자 하는 김 지부장의 의지는 높지만, 문제는 한국지엠의 불확실성이 아직까지 제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8천1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는데도 비정규직 해고나 부문별 구조조정이 반복되고, 글로벌 본사의 이익만 극대화하고 한국법인은 부실화하는 외국인투자기업들의 전형적인 ‘빨대 경영’ 문제가 지엠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글로벌지엠의 불합리한 이전가격(다국적기업의 자회사와 모기업 간의 수출입 가격) 결정으로 국세청에서 220억원대 세금 추징을 당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한국지엠이 본사에 비정상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차량을 수출해 국내 이익을 줄이는 방식으로 한국 정부에 내는 세금을 줄이다 과세당국에 적발된 것이다. 해당 사건은 지엠측의 이의제기로 현재 조세심판원에 계류돼 있다.

김 지부장은 “외투기업에 대한 위기관리 지원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기관리라는 건 퍼 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정부가 직접 확인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돈은 돈대로 주고, 관리는 기업이 알아서 하라고요? 그러다가 망가질 때쯤 또 지원할 건가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하는 게 아니라 외투기업들의 다양한 경영상 ‘먹튀’를 사전에 통제·규제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사회양극화·임금격차 해소, 불안정 노동 철폐는 시대정신”

지난달 한국지엠 부평공장과 창원공장 앞 비정규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이 잇따라 정리됐다. 부평·군산공장에서 일하다 해고된 비정규직 46명 중 20명이 설연휴 직후 부평1공장 하청업체로 복직했고, 지난해 말 대량해고된 창원공장 비정규직들은 정규직노조와 한국지엠·경상남도·고용노동부·여영국 정의당 의원 등 다자의 약속 아래 복직투쟁을 중단하고 생계투쟁으로 전환했다. 좀처럼 풀릴 것 같지 않던 한국지엠의 해묵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푼 것도 김 지부장이다.

그는 “카젬 사장과 최종 부사장에게 단순히 비정규직 동지들의 천막을 걷어 내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비정규직 정책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고, 이제 그 첫 시작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남은 부평·군산 비정규직 해고자 26명의 복직은 부평2공장 잡(Job) 인원협의 과정에서, 창원 비정규직 해고자들은 2022년 신차(C-CUV) 양산 과정에서 복직·일자리 나누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사회양극화와 원·하청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비정규직 등 불안정 노동을 없애는 건 시대정신”이라며 “이런 시대정신에 입각해 한국지엠 내에서도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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