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고용연장’을 거론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고용연장은 재계약·정년연장·무제한 고용기간을 포괄하는 것이다. 생산가능인구가 급속히 감소하면서 고용연장 논의와 준비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용연장 논의를 할 시기가 됐다는 주장과 청년고용에 악영향을 주고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2016년 60세 정년 의무화가 시행될 때부터 논란이 됐던 임금체계 개편 얘기도 빠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진단은 다르지 않다. 고용연장에 대한 노동계·재계,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지금이 정년연령 연장을 논할 적기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지금 한국 경제를 휩쓸 태풍이 북상하고 있다. 그 이름은 급속한 고령화와 초저출산이다. 이미 태풍 영향권에 들어가 성장엔진이 식어 가고, 전조증상으로 불평등·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시급히 방파제를 쌓아야 재앙을 막을 수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2017년 정점에 올라선 후 올해 21만명이 줄었다. 4년 후엔 172만명, 베이비붐세대가 노인인구가 되는 9년 후에는 304만명이 감소한다. 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10월 자연 인구 증가율이 0%를 기록했다. 11월은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아 인구감소가 처음으로 나타났다.

생산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고숙련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진다. 노동생산성과 기업경쟁력이 저하되고 잠재성장률이 하락한다. 노동의 양과 질 저하는 국가차원의 중대한 문제다. 내수시장 위축과 조세수입 감소, 사회보장 지출 확대 등으로 정부의 재정 악화를 야기할 수 있다.

신규 노동시장 진입 규모보다 은퇴자 규모가 커지면 노동력 부족은 물론이고 경제사회에 부담과 충격을 주게 된다. 청년고용이 아직 완전하지 않지만 3년 전보다 사정이 나아졌다. 인구감소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2022년부터는 정년연장이 청년고용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정년연령 연장을 논의할 시점이다.

다만 청년일자리와 정년을 연계해 고령자의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이때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를 청년고용으로 연결하면 세대 간 상생, 연대형 일자리를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정년연장은 공공부문이나 대기업에서 우선 시행하기보다는 소규모 사업장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게 사회적 부담을 줄이는 방편이다. 중소기업 대다수가 정년이 없거나 있더라도 구인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 이정훈 민주노총 정책국장

청년·비정규직 포함한 ‘모두의 좋은 일자리 연장’ 필요
이정훈 민주노총 정책국장

65살 이상 인구 비율을 보면 2025년에 초고령사회(20.3% 추정)가 될 것으로 예견된다. 합계출산율이 0.98명(2018년)으로 한 명이 안된다. 이런 고용위기 상황에서 정부 대책은 정년연장·정년폐지·재고용할 경우 계속고용장려금을 1분기 90만원 지원하는 제도 외에는 실질적인 고용연장 대책이 없다. 일본의 계속고용 의무화는 기업들 눈치를 보느라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

정년이 있는 노동자는 그나마 안정적인 노동자인 것 아니냐는 반발도 있으며, 기업들의 부담도 이야기한다. 하지만 통계청에 의하면 퇴직 평균 나이는 2018년 기준 49.1세로 실질 정년은 50세가 안된다. 정리해고·조기퇴직으로 대부분 40대에 퇴직해 불안정 노동과 불안정 자영업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노동자 현실은 5명 중 1명이 저임금, 2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이다. 청년의 체감실업은 4명 중 1명이다. 이런 고용불안 상황의 근본원인은 결국 ‘노동이 배제된 친기업적 고용구조’ 탓이다. 50~60대 노동자들이 주거비·교육비 등 생애주기상 가장 많은 생활비용을 요구받는 시기에 임금삭감만을 전제한 고용연장이 강조돼서는 안 될 것이다.

고용연장은 좋은 일자리의 확대, 친기업적 고용구조 극복, 국민연금 수급연령과의 연계, 정리해고 및 조기퇴직 관행에 대한 법·제도적 제한이라는 원칙과 방향에서 추진될 때 온전하게 실현될 수 있다. 고용연장이 주는 청년고용 영향을 분석하고, 좋은 일자리에 청년의무고용을 확대해 청년을 포함한 모두의 고용연장이 돼야 한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대책 없이 말만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부는 일방통행식 말만 하지 말고, 실질적 고용연장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동자의 참여가 보장되는 사회적 논의 틀을 만들길 바란다.


 

▲ 김동욱 한국경총 사회정책본부장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 선행돼야
김동욱 한국경총 사회정책본부장

최근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 방안으로 고용연장 이슈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노동력이 기업경영과 경제성장의 중요 요소임을 감안하면, 생산가능인구 감소시대를 맞아 노동인력들이 더 오랫동안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그러나 고용연장 문제를 논의하기 전에 반드시 따져 봐야 할 사안이 있다. 2017년 정년 60세 의무화라는 강제적 고용연장 조치가 전면화한 지 3년 정도에 불과하며, 정년 60세 규제의 적정성·효과성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낮은 노동생산성, 연공급형 임금체계 그리고 갈등적 노사관계라는 노동시장의 고질적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강제적 고용연장이 기업부담을 가중시키고 대·중소기업 근로자 간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한편, 체감실업률이 20%를 넘는 청년층과의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고용연장 문제는 경제환경과 노동시장 현실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기업경쟁력 향상을 통한 고용의 지속가능성 제고’라는 명확한 비전을 전제로 논의해야 한다. 또한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고용형태 다양화, 근로시간 유연화, 성과 기반 인사관리시스템 등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고령자 적합 직무 발굴, 생애주기별 맞춤형 직업훈련, 고용지원 서비스 선진화 등 여건 조성도 중요하다. 금번 논의가 ‘기업규제 강화’라는 단기처방에 머물지 않고, 우리 노동시장의 경쟁력 향상과 고용창출능력 제고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전되길 기대한다.


 

▲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사회학)

정년 60세 실증적 연구부터 하자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사회학)

고용을 연장한다면 2016년부터 법정 정년 60세를 공공기관과 300명 이상 사업장에 적용하고, 2017년에 전면시행하면서 제기된 문제점들이 해결됐는지 파악하고 분명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정년을 60세로 한 뒤 실제 혜택은 상위 20% 노동자들만 받았다는 분석이 있다. 실제 소수만 혜택을 받은 것인지 실증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 아직은 실태나 연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존의 법정 정년이 사회 전체적으로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고용연장을 한다면 직무에 맞는 임금을 어떻게 줄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정년 60세를 시행하면서 청년층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논란이 됐다. 청년고용에 악영향이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고용연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고용이 연장되는 분들을 어떻게 대우할지 가이드라인을 함께 만들어야 혼란이 없다. 2016년에는 60세 정년을 법제화하면서 임금체계 개편은 개별 사업장에 맡기다 보니 노사 간 분란이 됐다. 국회가 됐든 사회적 대화기구가 됐든 고용이 연장되는 분들을 어떻게 대우할지 연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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