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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개혁 외치더니] 더불어민주당 경마기수 죽음에 ‘침묵’ 이유 있나

기사승인 2020.02.17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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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권 초 적폐청산 작업 실패 뒤 손 놓았다

   
▲ 문중원 시민대책위와 유가족은 마사회 개혁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일대에서 유가족이 시민선전전을 하고 있다. 문중원 시민대책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부산경남경마공원) 고 문중원 기수가 지난해 11월29일 한국마사회 부정채용과 부정경마 의혹을 제기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사건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유가족들은 고인의 시신을 정부서울청사 인근에 세워 둔 운구차에 안치한 채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재발방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사태 해결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가족 면담 요청에 정부·여당 ‘무응답’

16일 민주노총 대책위와 문중원 시민대책위에 따르면 두 대책위는 지난달 30일 마사회와 교섭이 결렬되자 이달 초 국무총리실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면담을 요청했다. 정부·여당에 직접 사태해결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국무총리실과 이 원내대표측은 면담요청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부·여당은 문중원 기수 죽음 이후 공식적인 조문이나 유가족에 대한 위로 인사조차 건네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시절과 집권 초기 마사회 개혁의지를 수차례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시민·사회단체와 3년이 넘는 연대활동 끝에 2017년 마사회 용산화상경마장 폐쇄를 끌어냈다. 같은해 5월과 8월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박경근·이현준 마필관리사가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자 유가족·노조·마사회를 중재했다. 집권 초기 최서원(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마사회 특혜지원 의혹이 제기되자 적폐청산 작업을 추진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마사회를 적시에 개혁하지 못한 것이 문 기수 죽음의 배경이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사행성 중심의 마사회 운영과 마필관리사 죽음, 국정농단 사건 등과 관련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17년 11월 ‘한국마사회 혁신위원회’를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 초기 부처별로 구성하던 적폐청산위의 농림부 버전이다. 혁신위는 당시 김영록 장관이 임명 9개월 만인 2018년 3월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하면서 6개월간의 짧은 활동을 마무리했다. 지방선거 공천에서 김영록 전 장관에게 밀렸던 이개호 의원이 후임 장관에 임명됐지만 1년 만에 농림부를 떠났다. 혁신위에 참여했던 A위원은 “마사회의 사행성을 줄이고 마필관리사 등 고용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농림부 장관이 사퇴하는 바람에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부산경남경마공원 개장 이후 7명의 기수·마필관리사 죽음이 반복하는 것을 개선하려면 마사회 운영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했는데 미완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혁신위 권고에 따라 2018년 8월 마사회가 자체 구성한 더나은미래를위한적폐청산위원회의 활동 결과도 신통치 않았다. 3개월간 활동으로 국정농단 연루, 비리의혹, 대규모 투자사업 실패 등의 문제를 지적했지만 관련자를 처벌하라는 권고조차 내리지 못했다. 적폐청산위에 참여했던 B위원은 “마사회 개혁이 필요하다는 여당의 입장·의지에 따라 마사회 자체 적폐청산위가 구성됐고 내부 운영구조를 들여다보는 작업을 했다”며 “적폐청산 작업에 대한 노조를 위시한 내부의 강력한 저항, 내부 감사를 받던 직원이 목숨을 끊는 일이 겹쳐지면서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두 번의 적폐청산 기회 날린 후과”

문중원 기수 사태에 공동대응하고 있는 노동·시민·사회단체는 두 번의 적폐청산 활동이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을 크게 아쉬워한다. 김혜진 문중원 시민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문중원 기수가 유서에 남긴 부정경마·부정채용은 매출 증대를 위해 사행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마사회, 그리고 불공정한 내부 운영시스템에서 촉발한 것”이라며 “정권 초창기 적폐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옛 인력과 운영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이는 문 기수 사태 해결을 위한 집중교섭에서 불성실한 마사회의 태도도 다시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문 기수가 죽은 직후 유가족과의 면담을 더불어민주당 등에 요청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며 “총선을 앞두고 공룡 공기업 마사회를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인지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부정경마가 이뤄졌다는 사실관계와 부정채용의 진상 등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여서 당 차원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보상 문제에서도 기수는 계약한 프로선수이기 때문에 마사회가 직접 보상할 내부 근거가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용산화상경마장 등 마사회 문제로 오래 연대해 왔기 때문에 지금의 사태가 매우 안타깝다”며 “여당 입장에서 근거 없이 공공기관인 마사회에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제정남 jjn@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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