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수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우리 법 체계상 임금노동은 시간단위로 거래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떤 사용자가 노동자를 고용한다는 것은 곧 그 노동자의 시간을 사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동자가 사용자에게 팔 수 있는 시간 자원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 법은 원칙적으로 1일 8시간 1주 40시간의 범위 내에서 노동자의 시간이 거래되도록 기준 거래량(법정 근로시간)을 정하고 있고, 사용자가 기준 거래량을 넘어서 시간을 구매하려는 경우에는 판매자인 노동자의 동의를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시간당 단가에 50%를 가산해 지불하도록 강제하고 있지요. 그리고 기준 거래량을 넘어선 시간은 1주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요. 이것은 기준 거래량을 초과하는 시간이 거래되는 경우에는 단순히 노동자의 시간 자원이 소모되는 것을 넘어서 노동자의 건강 자원과 사회적 관계 형성 등에 필요한 자원이 함께 소모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규제는 구매자와 판매자의 관계에서 판매를 독과점하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관계의 본질상 판매자는 늘 구매자에 비해 열등한 지위에 놓일 수밖에 없고(조건이 맞지 않았을 때 구매자는 다른 판매자를 찾으면 되지만 판매자는 팔지 못하면 판매자로서의 신분 자체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 법이 관계의 균형을 위해 개입한 결과입니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자주 볼 수 있듯이 가격을 깎거나 같은 값에 더 많은 시간을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시장에서 팔리는 물건과는 달리 노동시간은 늘 파는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따라다니다 보니 이렇게 법이 개입하는 방식이 정의 관념에도 맞는 것이겠지요. 노동시간과 관련한 거래에서 우리 법은 에누리를 고려할 생각이 없고 그것이 맞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노동시간을 이해하는 방식입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만 노동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장관님은 올해 1월31일부터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로 ‘통상적인 경우에 비해 업무량이 대폭 증가한 경우’를 들었습니다. 특별연장근로는 기준 거래량을 초과해 거래되는, 우리 법의 1주 12시간 노동시간 상한을 초과하는 것입니다. 1주 12시간 연장 상한은 근로기준법에서 노동자의 건강과 사회적 관계 등을 확보하기 위해 규정한 것이고, 이는 우리 헌법상 권리를 보장한 바에 따른 것이기에 1주 12시간을 초과하는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할 수 있는 사유는 최소한 공공복리 차원의 가치를 가지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것도 침해되는 노동자의 존엄성 정도를 최소화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 정책과 조치는 위법하고 반헌법적인 것으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통상적인 경우에 비해 업무량이 대폭 증가한 경우’는 어떻습니까. 이 경우가 노동자들의 건강과 사회적 관계까지 희생하면서까지 보호해야 할 공공복리가 맞습니까. 업무시간이 1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뇌심혈관계질환의 발병 가능성이 높다고 본 노동부 고시는 잘못된 것일까요. 과거 구제역 파동 때도 비상근무를 하던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던 사례를 기억합니다. 사용자가 노동시간을 더 구매해야 할 필요가 있고 한 노동자로부터 구매할 수 있는 노동시간 한도가 고갈됐다면 다른 판매자(노동자)를 추가하는 것이 맞지 이미 판매 가능한 노동시간이 고갈된 노동자를 더 쥐어짜 낼 수 있게 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입니까.

확인해 보니 이미 노동부는 2월9일 기준으로 27건을 인가했다고 하더군요. 장관님이 인가의 사유로 ‘통상적인 경우에 비해 업무량이 대폭 증가한 경우’를 열어 두다 보니 신청건 중에서는 56.3%가 ‘업무량 폭증’을 사유로 했고요.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습니다. 장관님, 실망입니다.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 확대는 나가도 너무 나갔습니다. 이번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인가사유 확대는 취소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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