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환(사진 오른쪽)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취소 소송 접수에 앞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대폭 확대한 정부 조치의 시시비비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양대 노총은 19일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확대한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이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무력화하고, 노동자 건강권을 훼손한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민주노총은 건설업·배달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149명이, 한국노총은 자동차 부품제조업과 화학·식품업체에서 일하는 84명이 소송에 참여했다.

양대 노총은 소장 접수에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근기법 시행규칙 개정은 노동시간단축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당사자 간 합의를 하더라도 연장근로를 12시간 이상 시킬 수 없는데,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은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연장근로 상한을 넘길 수 있다. 노동부는 지난달 말 특별한 사정을 열거한 근기법 시행규칙 규정을 바꿨다. 재해·재난 등에만 허용해 온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에 업무량 증가가 포함됐다.

“52시간 상한제 무력화, 사용자 온갖 경영상 사유 다 붙여”

양대 노총은 시행규칙 개정안이 법률로 노동시간 한도를 규제한 근로기준법 취지를 벗어났다는 입장이다. 업무량 급증이라는 경영상 사유에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할 경우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주 52시간제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원청이 갑자기 물량을 늘리거나 주문량이 급증하는 경우에도 특별연장근로가 허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대 노총은 “지난 13일 코로나19 대응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재벌 총수들이 특별연장근로 등 유연근로 확대와 규제완화를 요구한 것처럼 이번 기회를 틈타 사용주들은 온갖 ‘경영상 사유’를 다 붙여서 특별연장근로 인가 신청을 준비할 것”이라며 “산업·업종별로 업무량 급증 사유는 차고 넘치며 이렇게 되면 노동시간단축은 무용지물이 될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인가 사유에 ‘노동부 장관이 국가경쟁력 강화 및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연구개발’이 포함된 것도 전근대적이며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연구개발의 범위가 불분명해 무제한적으로 확대할 우려가 있다”며 “국가경쟁력 강화와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노동자에게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건 전근대적 발상이자, 헌법과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시간 규제 원칙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소재·부품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4주는 물론 3개월을 넘는 기간 동안 64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에 노출될 수 있다”며 “국가경쟁력 강화와 국민경제 발전이라는 추상적 공익을 위해 개인을 과로사로 몰아가는 시행규칙은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대 노총, 특별연장근로 오·남용 사례 수집

양대 노총은 노조가 없는 사업장 노동자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가 개별 노동자의 동의로도 신청 가능하고, 노동부 장관의 사후 승인을 받아도 되기 때문이다. 양대 노총은 “설령 노조가 있더라도 개별동의로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노사합의권을 훼손하는 결정을 사측이 내릴 경우 노사 간 분쟁만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동부는 노동자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 기간은 특별한 사정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으로 하며, 사용자에게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지도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법적 의무나 불이행시 처벌사항은 없다.

양대 노총은 “정부는 지금이라도 노동시간단축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고 재벌대기업 민원 요구에 편승하는 위법한 특별연장근로 확대를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양대 노총은 ‘불법적 연장근로 신고센터’를 운영해 특별연장근로 오·남용 사례를 접수해 증언대회를 개최한다. 3월 말∼4월 초에는 공동결의대회를 여는 등 양대 노총 연계를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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