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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 루벤 코르티나 의장·알케 보스시거 사무부총장] “기술발전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 노조가 교섭으로 대응해야”

기사승인 2020.02.24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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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I 루벤 코르티나 의장·알케 보스시거 사무부총장 <정기훈 기자>

“노동운동은 현재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봅니다. 노동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기존 방식에 안주한다면 기술발전은 우리에게 일자리 감소만 안겨 주는 부정적 요소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루벤 코르티나(63·사진 오른쪽) 국제사무금융IT노조연합(UNI) 의장이 “기술발전으로 인한 노동시장 변화에 노동자들이 손을 놓고 있어서 안 된다”며 한 말이다. 코르티나 의장과 알케 보스시거(46) 사무부총장은 지난 19일 입국해 22일 출국했다. 한국 가맹조직 활동 상황을 점검하고 한국오라클·프레제니우스메디칼케어코리아를 비롯한 투쟁사업장을 지원했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이번 방한 일정을 바치고 출국을 앞둔 두 사람과 만났다. 이날 두 사람은 UNI의 핵심 의제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노동시장 변화를 꼽고 이에 대한 노동자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에 있는 다국적 기업의 노조할 권리 보장도 강조했다.

UNI는 금융과 IT·게임·우정·통신·미디어 엔터테인먼트·스포츠·유통·사무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는 전 세계 150여개국 1천여 노조를 대표하는 조직이다. 조합원은 2천만명으로 스위스 니옹에 본부가 있다. 한국에서는 양대 노총에 가입해 있는 8개 산별노조·연맹 38만여명의 조합원이 가입해 있다. 코르티나 의장은 아르헨티나 변호사 출신으로 자국 노동부 국제국장을 역임했다. 보스시거 사무부총장은 동독 출신으로 도이체방크에서 근무하며 노조활동을 했고 UNI 사무국에서도 일했다.
 

▲ UNI 루벤 코르티나 의장 <정기훈 기자>

“교섭 없이는 기술발전 위험부담 노동자가 짊어져”

- 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시장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보나.
코르티나 : 이전에도 노동시장에서 비정규 노동자 불평등이 심각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비정규직이 더 많아지고 있다. 전보다 훨씬 더 노조 가입이나 사측과 단체협약 체결·이행이 어려워졌다. 자본주의가 점점 더 노동을 배제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속성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 해결 방안이 있나.
보스시거 : 4차 산업혁명에 기죽어서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기술발전에 따른 혜택을 노동자들이 같이 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협상테이블에 앉아서 교섭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디지털화 상황에서 노조와 회사가 모여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모든 위험부담은 노동자들이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정부나 기업이 새로운 기기에 대한 노동자들의 기술·능력을 높이도록 교육과 훈련에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실제로 디지털화에 대응하기 위해 사측과 교섭한 사례가 많이 있나.
보스시거 : UNI는 디지털화와 관련한 내용이 포함된 글로벌 기본협약을 많은 다국적 기업들과 맺고 있다. 스페인 이동통신기업 텔레포니카가 그 사례 중 하나다. 텔레포니카와 UNI는 지난해 글로벌 협약을 맺었는데, 협약에는 텔레포니카 전 세계 노동자들이 근무시간 뒤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에 대한 내용이 들어갔다. 통신기기 발달로 근무시간 뒤에도 업무지시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약만 맺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별 경영진들이 실제 이를 시행하기 위한 계획까지 마련하도록 했다. 또 프랑스나 스칸디나비아 국가 같은 유럽 많은 나라의 전국단위 노조들의 단체협약에는 대부분 ‘회사가 새로운 기계나 기술을 도입할 땐 노조와 미리 상의하도록 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이를 통해 노사는 새 기술·기기가 들어왔을 때 기존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필요한 교육을 파악하고 노동자 재훈련 과정을 거칠 수 있다. 아시아에서도 합의를 통해 신규 기술 도입에 따른 노동자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 디지털화로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높다.
보스시거 : 정부와 기업은 노동자들이 새로 생긴 다른 산업으로 옮길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가령 은행쪽 업무가 자동화돼 필요 인력이 줄어들면 (임금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돌봄노동쪽으로 가게 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코르티나 : 디지털화와 관련해 단순히 일자리를 잃는다는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한편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부분도 있다. 또 산업 변화로 인해 어느 지역에서 특정 산업이 없어졌다면 그 산업이 다른 지역으로도 옮겨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선진국에서 어떤 산업이 없어질 때 그 산업은 개발이 비교적 늦은 나라로 넘어가 발전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디지털화에 대해 (노동계도) 단점만 볼 것이 아니라 중립적으로 봐야 한다. 기술발전은 우리가 원치 않는다고 해서 멈출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 문제에 손을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대안에 대해 사측과 꾸준히 교섭하고 해결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 UNI 알케 보스시거 사무부총장 <정기훈 기자>

“한국 정부, 다국적기업 철저히 감독해야”

- UNI가 노동자 개인 데이터 보호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스시거 : 새로운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이 기술은 노동자들의 정보를 수집하는 데에도 이용되고 있다. 우리는 회사가 노동자의 어떤 정보를 가져갔고, 어디에 쓰느냐를 알려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요즘엔 사업장에) 모니터링 장치가 잘 돼 있다. 그러면 노동자 컴퓨터가 하루에 몇 시부터 가동했고, 노동자가 화장실에 몇 번 다녀왔다는 이런 개인정보가 모두 데이터로 모인다. 내 정보를 회사가 데이터로 모아서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데이터의 주인은 누구인지, 고용주는 이 데이터를 어디에 쓸 것인지, 퇴직하고 나면 이 정보를 어떻게 할 것인지 감시하고 물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노동자는 사측과 교섭을 통해 그런 모든 면을 투명하게 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 한국에 있는 다국적기업 노동자 노동환경 문제를 제기했다. 방한 기간 동안 한국오라클·프레제니우스 노사관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보스시거 : 두 회사 모두 한국의 노동 관련 법을 위반하고 있고,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단협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오라클은 한국에서 수십 년간 영업을 해 왔는데도 한국 노동법을 적용하지 않아 문제가 많았던 기업이다. 심지어 초과노동수당·연차수당도 주지 않아 법적 다툼으로까지 번졌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문건 한국오라클 대표가 최근 사무실을 싱가포르로 옮겼다는 것이다. 노조는 위법적 상황에 대한 법적 수사망을 피해 옮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한국 정부가 분명하게 이 부분에 대해 조치해야 한다. 오라클이 싱가포르로 가는 상황을 방치한다면 다른 회사도 도망가는 일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UNI와 한국민주제약노조·사무금융연맹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오라클과 프레제니우스메디칼케어코리아에 노사 갈등 책임을 물었다. 미국계 IT 기업인 한국오라클 노동자들은 2017년 노조를 설립했지만 노사는 현재까지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오라클노조 관계자는 “2008년 이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임금인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초과노동수당·연차수당 미지급 등도 문제”라고 말했다.

독일계 헬스케어장비 회사 프레제니우스 노동자들도 2018년 한국민주제약노조 프레제니우스메디칼케어코리아지부를 설립했지만 현재까지 단체협약을 맺지 못했다. 초과수당·휴가수당 미지급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프레제니우스는 영양제와 신장투석기계를 판매하는 회사다.

- 의장 임기 동안 무엇을 했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코르티나 : UNI가 유럽·아프리카·북미를 비롯해 대륙별로 나뉘어 있는데, 모처럼 라틴아메리카 출신이 의장이 됐다. 출장을 많이 다녀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정치적 측면에서는 굉장히 중요하다. 미국 독점적이던 국제적 영향력이 중국과 브라질 등으로 다국화하고 있다. 새롭게 떠오르는 국가들의 경제성장이나 노동운동이 주목받는 시점에 취임한 것이 의미가 크다. 그곳 사람들이 노조에 더 많이 가입하고 자리 잡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슈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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