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지역사회로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묵혀 둔 재난·재해 기금을 적극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적립액 규모가 나날이 커지는 것에 비해 사용액이 지나치게 적다는 비판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25일 브리핑 자료를 내고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라 지방정부의 긴급하고 적극적인 재정 역할이 요구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과 재해구호법에 따라 지방정부는 재난관리기금과 재해구호기금을 적립해야 한다. 재난관리기금은 모든 단위의 지방정부가 쌓는다. 보통세 수입결산액의 1%가 기준이다. 재해구호기금은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보통세의 0.5%를 적립하는 돈이다.

연구소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전국 243개 지자체의 재난관리기금과 재해구호기금 적립액과 지출 현황을 전수 조사했다. 이달 23일 기준으로 전체 지방정부의 재난 관련 기금 규모는 5조1천894억원이다. 재난관리기금이 3조8천875억원, 재해구호기금은 1조3천19억원이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한창인 상황에서도 재난 관련 기금 집행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전국 지방정부의 일반회계 예산현액 총합은 318조원이다. 이 중 44조8천억원을 지출한 상태다. 총액의 14%를 넘었다.

재난 관련 기금의 사용 비중은 현격히 떨어진다. 현재 총액의 1.4%(726억원)만 쓰였다. 지난해 말 재난안전법 시행령 개정으로 재난 관련 기금 사용이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로 전환됐다. 특정 항목을 제외한 사업 모두에 쓸 수 있게 됐다.

이상민 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19 대비가 절실한 현재에도 과거의 소극적 지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코로나19의 조기종식은 물론 격리생활자 및 지역경제 안정을 위해서도 재해구호기금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