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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케이블 기사들 불안] “자가격리하는 고객 집인 줄 모르고 작업했다”

기사승인 2020.02.26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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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연대노조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 “원청이 직접 관리·감독하라”

“회사는 고객하고 얘기해서 일정을 미룰 수 있으면 미루라고 해요. 하지만 미루면 민원이 생깁니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일정을 미루자고 제안했다가 고객에게 욕을 들어야 했어요. 왜 일정을 바꾸냐는 거죠.”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LG헬로비전 고객센터에서 인터넷과 케이블을 설치하는 케이블기사 임정식(42)씨가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고민이 깊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폐에 공기나 가스가 차는 기흉을 앓고 있다. 코로나19가 폐병을 악화하고 기저질환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방문하는 집에 자가격리자가 있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돋아난다. 고객센터 운영사는 “AS·설치·철거 모두 긴급한 건을 먼저 처리하고 긴급한 업무가 아닌 경우 양해를 구해 일정을 연기하라”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기사가 이미 접수된 고객과의 약속을 미루기 쉽지 않다.

“아홉 살 아이에게 병 옮길까 걱정”

대구에서만 확진자가 500명을 넘으면서 고객과 대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케이블 기사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임정식씨는 “집에 아홉 살 아이가 있어 혹시나 병에 걸려 옮길까 걱정된다”며 “당장 돈을 덜 벌더라도 연차를 쓰고 싶지만 동료들에게 일이 넘어갈까 봐 걱정돼 그러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임씨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친구에게 자신을 대신해 아이를 돌봐 달라고 부탁해 놓았다.

대구지역 다른 고객센터 케이블 기사 상황도 다르지 않다. AS기사 B씨는 “고객센터에 대체인력이 전혀 없어서 일부가 연차를 쓸 경우 나머지 직원들이 나눠서 일할 수밖에 없다”며 “자가격리나 감염 우려를 이유로 휴식을 취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원청인 LG헬로비전은 지난 21일 전국에 LG헬로비전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36개 협력사에 “방문 대상 고객이 신종 코로나 관련 격리조치 중일 경우 방문을 즉시 보류한 후 고객과 유선상으로 방문일정을 재협의해 처리해 달라”는 공문을 내려보냈지만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한 노동자는 자가격리 중인 고객의 집을 방문해 업무를 수행했다.

원청은 마스크를 협력사에 보내는 등 안전보건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고객센터별 마스크·손소독제 지급 실태에는 차이가 있다. 대구지역 ㄱ고객센터는 지난주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지급받았지만 ㄴ고객센터의 경우 손소독제를 받지 못했다. ㄴ고객센터에서 일하는 케이블 기사 C씨는 “손소독제가 사무실에 비치돼 있지만 밖에 나가 일하는 사람들은 쓸 일이 없다”고 증언했다.

“본사 지침 있으나 그저 지침일 뿐”

희망연대노조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는 “원청이 직접 고객 접수를 통제하지 않는 한 지침이 현장에서 지켜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협력사에 협조를 구하는 것을 넘어서 원청이 직접 관리·감독해 현장노동자를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하는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배 지부 대구수성지회장은 “코로나로 업무를 거부하고 싶어도 본사의 관련 지침이 없어서 당일 접수건 등을 그대로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느 아파트 단지에서는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고 당분간 대면하지 않고 전화상담만 하겠다고 하는데 우리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유성규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개정돼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이 강화됐다”며 “원청이 (감염병) 정보나 안전보호구가 제대로 지급되는지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감염병이 유행할 경우 사업주가 일반 노동자에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다”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LG헬로비전 관계자는 “고객센터 임직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대응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대구·경북지역 고객센터는 긴급체제로 전환하고, 최소한의 긴급 업무를 제외하고 업무를 연기하거나 축소하도록 가이드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도 긴급하지 않은 건이나 고객의 자가격리 조치가 확인됐을 경우에 콜센터에서 방문 일정 연기를 안내하도록 방침을 정했다”며 “직원들의 직무유형과 현장 상황을 고려해 재택근무·순환근무·업무축소 등 다양한 운영방식을 현장 여건에 맞게 검토해 달라고 고객센터에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다시 한 번 전국 고객센터에 감염예방 업무 가이드를 재정비해 전달했다”며 “고객이 자가격리 중인 것으로 파악될 경우 방문보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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