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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 돌아보기

기사승인 2020.02.27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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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익찬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손익찬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날 때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있었다. 그 첫 시작은 ‘기업살인법’이었다.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 이후인 2015년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에서 “시민·노동자 재해에 대한 기업·정부 책임자 처벌법” 제정을 위한 입법청원이 있었고, 2017년에는 고 노회찬 의원이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이처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이름을 바꿔 가며 국회에서 논의됐지만 아직까지 통과되지는 못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악법이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내용만 놓고 보자면 나쁘지 않다. 법의 목적은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해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정하고 있다(1조). 산업안전보건법이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해 의사결정을 하는 자를 지목해서, 그 잘못된 의사결정에 관한 책임을 묻는 것이 첫 번째라고 정하고 있으니 나쁜 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실제로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해서 형사처벌이 이뤄지는 것을 보니, 정말로 권한 있는 사람은 처벌을 피해 가고 실무자만 처벌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 처벌되더라도 형량이 너무 낮기 때문이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키지 않아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거나, 그 처벌조차도 없으니 누가 법을 지키겠냐는 것이다.

노회찬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기준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주요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법인의 경우 ‘대표이사’가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명확히 정했다. 현행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산업안전보건) 34조에서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법인의 대표자를 행위자로 본다고 정하고 있지만, 이를 법률 단위로 격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만약 대표이사가 아닌 자가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하는 자라면 그자도 책임진다고 정했다(3조·5조).

더욱 중요한 지점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과는 달리 산재 사망사건에 있어서 하한선, 즉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정한 지점이다(5조). 그리고 법인이 행위자에 대해서 안전보건 의무를 소홀히 하도록 지시한 경우 등 특별한 경우에는 법인의 전년도 매출액의 10분의 1 범위에서 벌금을 가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이한 점이 있다(6조). 사망사건에 관한 하한형은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의 정부발의안에도 담겨 있었다가 후퇴한 내용이기도 하다. 아울러 사망사건의 경우에는 관계 공무원에 관해서도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하한선을 정하고 있다(7조). 형법의 직무유기죄보다 처벌수위가 높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관해서 몇 가지 고려할 점이 있다. 하나는 검거율은 그대로인데 형벌수위만 높이면 범죄는 더 음성화되므로 범죄가 더 판을 친다는 주장이다(형사정책적 고려). 따라서 당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할 수는 없더라도, 검거율을 높이는 예방행정을 통해서 범죄를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100일 집중단속을 통해 전년 대비 산재사망자가 116명 감소했다. 매년 이러한 추세로 줄일 수만 있다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른 하나는 어차피 형벌은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기 때문에 대표이사가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명확히 정하고 형벌수위를 높이더라도, 개별 사건마다 처벌을 빠져나갈 구멍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이 반론도 새겨들을 필요는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든,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든 실제로 권한 있는 사람을 처벌하려면 법 위반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현재도 다수의 사건에서는 사업주가 모든 조치를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인과관계가 없다든지, 혹은 사업주가 예측할 수 없는 돌발적인 작업의 결과로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책임이 없다는 변명으로 무죄판결을 받는다. 이런 변명이 먹히는 이유는 대개 사건 초반 증거수집이 너무나도 부실하기 때문이다.

증거를 수집해서 입증을 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몫이지만, 수사기관을 감시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것은 노동조합과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시민사회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되지 않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또한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도,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서 현장의 노동조합이나 재해자의 동료를 수사 협조자로 생각하고, 현장노동자들의 참여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손익찬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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