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운송업체 등 민간부문 사업장은 물론 우체국·병원·학교 같은 공공부문 사업장 노동자들이 구체적인 대응지침 없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에 노출된 채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초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던 광주우편집중국 직원 A씨 사례가 그렇다. 1일 노동계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확진자와 접촉한 우체국 직원이 발생해 지난달 초 광주우편집중국을 임시폐쇄했다. 450여명 전 직원이 자가격리되면서 우편물을 제때 배송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다행히 접촉자는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다. 최승묵 집배노조 위원장은 “집배원이 시민들에게 크나큰 위험을 안겨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경험했다”며 “집배원의 대민접촉 방식 업무를 이대로 방치하면 앞으로 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마스크를 정규직 집배원에게는 지급하지만 비정규직 위탁택배원에게는 지급하지 않고 있다.

민간부문뿐만 아니라 공공부문도 ‘구멍 숭숭’

국제특송업체들의 코로나19 대응은 제각각이다. 사업주가 마스크·장갑을 지급한 업체도 있지만, 공공운수노조 조합원이 일하는 한 사업장은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은 채 노동자들에게 일을 시키고 있다. 이 업체는 병원 등에 물품을 납품한다. 노동자들은 마스크 같은 기본적인 방역도구를 착용하지 않고 일했고, 배달하는 곳이 어떤 감염 위험이 있는지 듣지 못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도 코로나19 여파로 고역을 치르고 있다. 전국 기관사 100명가량이 확진자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파악돼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 열차 운행을 위해 코레일은 전국 각지에서 기관사를 차출해 일손이 부족한 노선에 투입하고 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 하청노동자는 아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자가격리됐다. 원청은 사업장에 자가격리자가 발생했는데도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았다.

박준선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는 자신이 감염증 매개체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민간부문 노동자는 감염증에서 보호받지 못한 채 일하는 경우가 현장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와 방역당국 대책이 사업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거나 현장상황과 맞지 않은 지침으로 도리어 노동자가 감염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전파 차단’ 방역조치 한계 직면
“아프면 쉴 수 있고, 임금 보전하는 대책 필요”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해 접촉 가능성이 있는 이들을 격리하는 방식의 방역대책을 폈다. 전파 차단에 중점을 둔 대책이다. 지역 확산으로 번지자 사업장별·개인별로 위생수칙을 준수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두 가지 대책 모두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실효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우리 제도는 유급질병휴가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아프거나 질병이 의심되더라도 일을 할 수밖에 없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이 같은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은 커진다”며 “특히 아파서 쉬면 수입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질병이나 부상에 따른 병가를 허용하고 임금손실을 보전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특수고용직도 고용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을 포함한다. 고용보험법을 개정하자는 얘기다. 민주노총은 내부 회의를 통해 이 같은 대정부 요구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반복하는 감염병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노동계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정규직·비정규직이 안전대책을 달리 적용받는 등 재난 앞에서도 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며 “몇몇 전문가에 의해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 실태를 가장 잘 아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어야 안전한 사회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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