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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백일에 돌연사한 서른셋 경륜선수] “경기 중 사망 아니다”는 국민체육진흥공단 ‘나 몰라라'

기사승인 2020.03.04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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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족 보상은 동료들이 모은 경조사비뿐

   
▲ 국민체육진흥공단 홈페이지
경륜선수 변무림씨가 지난달 29일 오전 10시30분께 경기도 양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급성 심정지. 늦은 아침 일어나지 않은 남편을 부인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고인이 사망한 이날은 아들 백일이자, 본인의 생일 전날이었다.

데뷔 8년차, 서른세 살의 젊고 건강했던 경륜선수의 갑작스럽고 기막힌 죽음에 가족은 물론 동료들도 큰 충격에 빠졌다. 그런데 경륜선수들을 지휘·감독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변씨가 경기·훈련 중 사망한 게 아니기 때문에 보상 규정이 없고, 단체상해보험 적용도 안 된다는 입장을 유족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륜선수협회(회장 이경태)는 3일 보도자료를 내고 “경륜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페달을 밟아 국가에 막대한 수입을 안겨 준다”며 “그런 선수가 하루아침에 죽었는데, 공단은 경기장 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 규정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경륜선수협회에는 선수 550명 중 400여명이 속해 있다.

사망 나흘 전 80~200킬로미터 장거리훈련

“남은 가족들이 걱정됩니다. 부인이 혼자서 갓 백일 된 아들을 키워야 하는데…. 어떤 보상 제도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가장을 잃었는데, 유족에게는 10원 한 푼 나오는 게 없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이경태 회장은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유족이 제일 걱정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회장 역시 경력 25년차 현역 경륜선수다.

현재 공단 규정에 따르면 변씨의 유족이 공단에서 받을 수 있는 보상 금액은 없다. 경륜선수는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경기 특성상 부상이 잦아 민간보험사 실손의료보험 가입은 거부되기 일쑤다. 선수들이 의존하는 건 공단이 들어 주는 단체상해보험 하나밖에 없다. 해당 보험의 경우 상해사망·후유장애시 1억8천만원이 지급되지만, 이 또한 경기나 훈련 중 사망·사고에 한해서다. 유족 보상 여부를 묻는 이 회장에게 공단이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선을 그은 이유다.

이 회장은 “경륜선수들은 강도 높은 훈련 특성에 따라 몸에 데미지가 쌓일 수밖에 없는데, 다쳐서 죽는 게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보상이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냐”고 비판했다. 실제 변씨는 사망 나흘 전인 26일 장거리 주행훈련을 마치고 돌아와 집에서 많은 양의 코피를 쏟았다고 한다. 보통 80~200킬로미터 주행을 장거리훈련으로 부른다. 변씨는 27일 오전에도 순간적으로 시속 70킬로미터 이상 속도를 내 달리는 인터벌훈련을 하고 돌아왔다. 보통 임금노동자들이었다면 심혈관계질환 사망시 업무연관성을 따질 수 있겠지만, 경륜선수들은 그러기 힘든 처지인 셈이다.

이 회장은 “공단이 경륜·경정을 통해 한 해 벌어들이는 돈이 약 2조원인데, 정작 사행산업의 최일선에서 페달을 밟는 선수들은 공단에서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한다”며 “일용직보다 못한 신세”라고 토로했다.

유족들에게 장례비용을 준 쪽도 공단이 아니라 협회다. 협회는 변씨 유족들에게 5천만원을 전달했다. 이 또한 이 회장이 지난해 6월 자체 경조사비 지급 규정을 선수 사망시 협회비 1천만원, 선수 개인당 10만원씩을 의무적으로 내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유족 보상에 대해 공단 경륜경정총괄본부 관계자는 “규정은 없지만 창원경륜공단과 부산지방공단 스포원과 함께 협의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단 산하 경륜경정총괄본부가 ‘광명경륜장’을, 창원경륜공단이 ‘창원경륜장’을, 부산지방공단 스포원이 ‘부산경륜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공단 이사장, 국정감사에서 처우개선 약속했지만…

경륜선수들의 열악한 처우문제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5월 일반 도로에서 주행훈련을 하던 경륜선수가 차에 치여 숨진 사건 이후 한 차례 경륜선수 실태가 도마에 오른 적이 있었다. 전용훈련장이 미비해 일반도로에서 목숨을 걸고 주행훈련을 하는 경륜선수들의 실상은 충격을 줬다. 이후 국회 국정감사에서 조재기 공단 이사장이 출석해 경륜선수 처우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변화된 게 없다”고 단언했다. 이경태 회장은 “산재에 준하는 제도를 마련해 경륜선수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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