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에게 지급된 1급 방진마스크(왼쪽), 하청노동자들에게 지급된 방한용 마스크.<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대란이 발생하고 있는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마스크 차별’ 논란이 제기됐다. 회사가 정규직에게는 1급 방진마스크를, 비정규직에게는 분진 차단기능이 없는 부직포 마스크나 방한용 마스크를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불법파견 논란을 우려해 방역용 마스크를 하청업체 비정규 노동자에게까지 일괄 배포하지 않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정규직은 방진마스크, 하청은 부직포 마스크

4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지회장 김현제)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28일 울산2공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정규직에게는 1급 방진마스크를 지급했다. 지난달 25일 현대차 노사가 합의한 ‘코로나19 관련 특별합의’에 따른 것이다. 현대차는 예방물품 마스크를 10만개 확보하고, 사내 확진자 발생시 KF94 마스크를 지급하기로 했다. 그런데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비정규직들은 마스크를 아예 받지 못했거나, 부직포 마스크·방한용 마스크를 받았다.

비정규직들은 현대차가 아닌 하청업체에서 마스크를 받았는데 하청업체들은 자체적으로 마스크를 구하거나, 그마저도 어려울 경우 현대차에서 우선 받고 나중에 갚는 식으로 마스크를 공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회가 지난 2일 조합원이 있는 울산공장 하청업체 28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일반 부직포 마스크를 지급한 업체는 열아홉 곳, 방한용 마스크를 지급한 업체는 두 곳이다. 아무것도 지급하지 않은 업체도 일곱 곳이나 됐다.

“하청은 코로나19 걸려도 된다는 거냐”

지회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코로나19 예방 및 확산방지를 위한 사업장 대응 지침’에 따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 짓지 말고 사업장 대응시 동일 적용하라고 돼 있음에도 현대차는 그 어떤 것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지 않다”며 “건강권 앞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며 불평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현제 지회장은 “원청이 하청에 지급한 마스크가 있다고 하는데, 방역마스크가 아닌 부직포 마스크”라며 “하청업체 대표들이 되레 우리한테 ‘하청은 코로나 걸려도 되는 거냐’며 하소연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하청 마스크 차별 논란이 발생한 배경에는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가 걸려 있다. 현대차가 직접 원·하청 노동자들에게 마스크를 일괄지급할 경우 불법파견 근거자료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다. 현대차 관계자는 “하도 불법파견이라고 하니까 현대차가 일괄지급할 수는 없다”며 “대신 (하청)업체장들을 통해 최대한 구매하게 하고, 물량확보가 안 되는 경우에 업체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마스크 종류가 다른 것에 대해서는 “원래 (원·하청) 동일하게 해야 한다는 기조인데, 워낙 마스크 물량이 부족하다 보니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 같다”며 “방역에 구멍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