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구로구 A보험사 콜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사와 가족들이 대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사실이 10일 알려지자 노동계는 “예견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희망연대노조 CJ텔레닉스지부는 “상담인력은 매년 크게 증가했지만 노동현실은 개선되지 않았다”며 “마스크도 지급하지 않는 회사가 적지 않고, 업무 중 몸이 아프다고 해도 병원에 가기 힘든 상황이 집단감염을 불렀다”고 주장했다. 서비스일반노조는 “원청사와 재계약해야 하는 콜센터 업체는 업무에 차질을 주지 않아야 하고, 콜센터 노동자 건강을 위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며 원청이 직접 운영하지 않고 협력업체가 주로 운영하는 콜센터의 한계를 꼬집었다.

“당일 통보 연차 사용 땐 페널티,
아파도 일 나올 수밖에 없어”


“마스크를 구입하기 어려운 업무 특성은 고려하지 않고 마스크와 물티슈를 상담사가 알아서 준비하게 해요.”

CJ그룹 내 기업 콜센터 운영을 대행하는 CJ텔레닉스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는 최근 업무 중 애로사항을 묻는 CJ텔레닉스지부 질문에 코로나19에 대한 회사의 미흡한 대책을 꼬집었다. CJ텔레닉스는 서울 구로구 본사와 압구정센터 등을 포함해 전국에 10여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CJ텔레닉스지부는 “밀폐된 사무실 공간에서 집단으로 근무하고 식사를 하기도 하는 콜센터 특성상 감염이 시작될 경우 순식간에 퍼져 나갈 수 있다”며 “하지만 상담사에게 정부 차원에서 시행하는 자가격리와 치료, 유급휴일은 그림의 떡”이라고 주장했다. 지부 관계자는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데 회사는 전파 위험성을 노동자에게 사전에 공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비스일반노조는 “대부분 회사가 콜센터 업무를 외주화해 콜센터 노동자는 원청 소속이 아니다”며 “원청은 콜센터 노동자의 건강과 근무환경에는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콜센터는 A보험사가 콜센터 운영을 대행업체인 M사에 맡긴 전형적인 원·하청 하도급 구조였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방역당국 역학조사 결과 A보험사 콜센터에서 일하는 직원은 지난 4일부터 의심증상이 나타났지만, 계속 업무를 수행했다.

심명숙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장은 “당일 아프면 출근하면 안 되지만 많은 콜센터들은 상담사가 당일 얘기하고 연차를 쓰면 페널티를 준다”며 “콜센터 상담사는 영업실적과 하루 콜 소화량에 따라 등급이 정해지고, 받는 월급이 달라져 페널티를 받지 않기 위해 아파도 나온다”고 주장했다.

“치과용 마스크 지급해야”

노동계는 이날 콜센터 노동자들의 집단감염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비스일반노조는 △지자체가 모든 콜센터에 방역 실시 △원청이 상담사에게 치과용 마스크·손세정제 지급 △책상·키보드·휴대전화 소독을 위한 알코올 솜 지급 △노동자가 몸 이상신호 호소시 즉각 자가격리하고 휴업수당 지급을 요구했다. CJ텔레닉스지부도 △콜센터 노동자의 건강 상태 수시 체크 △확진 혹은 자가격리하는 노동자의 경우 유급휴가 부여 △의심환자 발생시 센터 업무 일시 중단 △영업실적 압박 완화 등을 촉구했다.

노동자들은 지방자치단체나 회사가 현장노동자 의견을 청취해 정확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산콜센터지부의 경우 이날 구로구 A보험사 콜센터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곧바로 지회장회의를 열고 현장노동자 요구 사항을 정리했고, 서울시와 다산콜재단에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논의를 진행했다. 심명숙 지부장은 “노사 간 협의를 통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장상황을 제일 잘 아는 노동자와 소통하지 않으면 민원인과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콜센터 노동자에게 KF94 마스크를 지급하는 식의 현장에 맞지 않은 지침이 내려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콜센터 노동계는 공통적으로 동료 노동자 간의 비말감염을 최소화하면서도 업무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치과용 마스크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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