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
“인두가 섭씨 400도가 넘으니 조심하라고 말해요. 그런데 구체적으로 언제 스위치를 끄고, 몇 분 이상 사용하지 않을 때 코드를 뽑는지, 이런 내용은 정확하게 말을 안 해 줍니다.”(경북지역 학교 공업전공 3학년 ㄱ씨)

“장갑을 안 끼고 (실습)해요. 털 같은 게 빨려 들어간다는 이유래요. 그럼 다른 재질의 장갑을 줘야 하는데 (학교는) 학생들한테 지급하지 않아요.”(광주지역 학교 공업전공 3학년 ㄴ씨)

특성화고 학생들이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받지 않고 교내 실습을 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이사장 이상현)가 최근 ‘특성화고 학생·졸업생 교육·노동환경 및 차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7월 연합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밀폐된 공간에서 납땜 수업을 한다”는 사실을 알리며, 교육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는데 그 이후에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안전교육 없는 교내 실습, 바뀐 게 없다

<매일노동뉴스>가 17일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특성화고 졸업생 71명을 심층인터뷰한 연합회 조사보고서를 확보해 살펴봤다. 조사 대상자 중 54명은 조사 당시 특성화고에 재학중인 3학년생이었다. 실태조사 내용을 종합하면 특성화고 학생 상당수가 교내 실습 과정 중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또 현장실습과 취업 회사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받지 못한 채 실습과 취업을 나가는 상황도 반복됐다.

ㄱ씨는 현장실습 경험에 대해 “일반 산업체에서 시행하는 소방교육이나 산업체 안전교육,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교육들도 학교·회사에서 주는 장부에 서명만 하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조사 당시 인천지역 학교 3학년이던 ㄷ씨는 “제 전공은 선반·밀링(공작기계의 일종)이지만 밀링 혹은 선반을 다루고 싶다고 가는 게 아니라 그냥 회사에서 ‘야, 너 이거 비었으니까 너 저기로 가’라고 해 듣도 보도 못한 곳에 가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특성화고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과 관련 없는 곳에서 취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상현 이사장은 “전공과 연계되지 않은 취업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충분한 실습과 교육을 해 주지 않고, 기업에 관한 정보도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매뉴얼 만들겠다던 교육부 “6월까지 마련”

연합회는 “(당시) 교육부는 전국 특성화고 교내 실습에 대한 실태조사와 모든 특성화고에 적용할 실습 매뉴얼을 제작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진행 사항은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 연합회 기자회견 직후 교육부는 “직업계고 실험 실습실 표준운영매뉴얼을 2019년 하반기 중에 개발·보급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지난해 하반기에 매뉴얼을 마무리 지으려 했지만 직업계고 실습 분야가 다양하고 챙겨야 할 상황이 많아 개발이 늦어졌다”며 “올해 6월까지 매뉴얼 개발을 마무리하려 한다”고 답했다.

이상현 이사장은 “특성화고가 졸업 후 취업이라는 단기적 목표를 넘어 장기적으로 학생들이 사회에서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길러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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