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연대노조가 23일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배송수수료 삭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피땀 흘려 일한 만큼 대가를 바랄 뿐인데 회사가 수수료를 삭감했어요. 살인행위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할 말이 많은데…. 살려 주십시오. 살고 싶습니다.”

울산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올라왔다는 7년차 한진택배 기사 김찬희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진택배 대리점과 업무위탁계약을 맺고 일하는 그는 건당 수수료를 받고 사는 특수고용 노동자다. 수수료 인하는 곧 임금 감소를 뜻한다. 그런데 한진택배는 최근 울산지역 내 일부 대리점의 배송 건당 기본수수료를 950원에서 900원으로 낮추겠다고 통보했다. 대리점은 택배기사에게 수수료를 인하해 지급할 수밖에 없다고 알렸다. 배송 한 건당 850원의 수수료를 받던 택배기사의 수수료는 800원으로 인하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50원 인하되면 한 달 소득 25만원 줄어”

택배연대노조(위원장 김태완) 울산한진지회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진택배는 일방적 배송수수료 인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울산지역 한진택배 기사들은 월 5천~6천개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50원 수수료가 인하하면 월 25만~30만원의 수입이 줄어드는 것이다.

한진택배의 수수료 인하 통보와 그에 따른 택배기사 수수료 삭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12월 지회가 만들어지면서 한진택배 D대리점 수수료가 올해 1월 800원에서 850원으로 50원 인상된 것을 제외하면 울산지역 한진택배 대리점 대부분이 수수료를 꾸준히 내렸다. D대리점은 2017년 1천원이던 수수료가 지난해 800원까지 줄었다. J대리점은 2018년 950원이던 수수료를 올해 850원으로 낮췄고, M대리점은 2018년 900원에서 2019년 850원으로 줄였다.

“대리점, 원청과 계약서 서명도 안 했는데
삭감된 수수료로 책정된 세금계산서 받아”


노조 관계자는 “한진택배에서 대리점에 인하된 수수료로 계약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원청과의 관계에서) 을인 대리점 소장도 어쩔 수 없이 인하된 수수료로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기사들 수수료도 낮아지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몇몇 대리점은 한진택배에서 삭감된 수수료액으로 계산된 2월분 세금계산서를 이달 초 받았다. 배송 건당 수수료를 낮추는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원청이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삭감한 것이다.

김태완 위원장은 “노조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한진택배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진택배측은 “울산지역은 과거 택배기사 구인이 어려워 읍·면 지역보다 훨씬 높은 수수료를 지급했다”며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을 감안해 집배점장(대리점장)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순차적으로 지급수수료를 정상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협의했다는 말과 달리 울산지역 택배 대리점장들도 원청의 일방적인 수수료 삭감과 관련해 한진택배 울산지점에 항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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