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실물경제 위기가 금융위기로 번지지 않기 위해서는 취약계층을 타깃으로 한 정부의 적극적이고 충분한 재정·금융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무위원 월급 깎기는 쇼”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24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정책워크숍’에서 정부의 1차 추가경정예산 등 잇따른 코로나19 경제 대책을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했다. 박 교수는 “지난 17일 국회를 통과한 코로나19 추경은 실물위기가 금융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고, 취약계층 생계를 지원하는 초기 대응으로서는 실패했다”며 “총선 이후 논의될 2차 추경까지 시간이 걸릴 텐데, 실제 4월부터 버틸 수 없는 가계들이 속속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커지면 금융 부실로 순식간에 옮겨붙을 수 있기 때문에,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는 입장이다. 취약계층이 경제적으로 몰락하지 않도록 생계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가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30만~50만원씩 재난긴급생활비를 지원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교수는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 또한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를 보완해 “최소 6개월간 전국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중위소득 가구를 대상으로만 지급하면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 돈을 잘 벌었어도 코로나19로 수입이 반 이상 감소했다면 심사를 통해 동일한 지원금을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같은 전방위적 재정지원을 위해 한시적으로 특정 구간의 소득세·법인세를 올려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국무위원들 월급 깎는 건 쇼”라며 “진정으로 고통분담을 하려면 한시적으로라도 소득세·법인세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부채 늘리는 정책 능사 아냐” 반박도

정부 빚만 늘리는 현금 직접 지원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반박도 나왔다. 최근 세계경제가 ‘V자’회복이 아닌 침체는 심하게, 약하고 짧은 회복 뒤 다시 침체가 반복되는 더블딥 ‘L자’ 장기침체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민간뿐 아니라 정부 빚을 지나치게 키워 가는 방안은 장기적으로 위험하다는 주장이다.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재난수당 같은 현금이전은 장기간 이뤄지지 않으면 실제 도움이 되기 어렵고, 기본소득처럼 모든 사람에게 현금을 주는 방식은 재정여력을 고갈하면서 장기간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층에서는 실질적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수개월 더 진행될 수 있고, 경기침체는 몇 년 이상 이어질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정부 재정지출 요구를 구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정부 추경과 연이은 금융대책에 필요한 기본방향은 모두 있다”며 “취약계층에 정확하고 빨리 전달되도록 속도와 규모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주요 기간산업 국유화 주장해야”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들의 코로나 연대기금 결의”


민주노총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형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안전망과 최소한의 생계유지, 지속가능성에서 복지국가가 가장 현명한 대안이라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며 “교육·주거·의료·돌봄·노후소득에 대한 공공화를 촉구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만큼 민주노총도 공공인프라 확대 전략을 마련하고, 주요 기간산업 국유화를 적극적으로 주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 부위원장은 “소득보전을 위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해고금지’처럼 총고용 유지를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자본에 적극적으로 이를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원호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기업 공공부문 정규직 노조들이 통상임금의 5% 정도를 ‘코로나 연대기금’으로 결의해 ‘재난극복을 위한 국민기금’에 기부하는 등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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