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금융연맹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수고용직 보험설계사 생계와 고용유지를 위한 정부 대책을 요구했다. <제정남 기자>

“서울 구로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자가 발생한 뒤 많은 보험사가 콜센터를 폐쇄했습니다. 고객상담뿐 아니라 보험설계사가 전화로 고객을 모집하는 곳까지 일시에 문을 닫았습니다. 콜센터에서 일하는 보험설계사는 노동자가 아니라 자영업자입니다.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서 실업급여도 받지 못합니다. 대면영업을 하는 보험설계사들의 고충도 적지 않습니다. 아무도 만나 주지 않으니 영업을 못하는 거죠.”

사무금융연맹(위원장 이재진)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세중 전국보험설계사노조 위원장은 여러 번 한숨을 내쉬며 보험설계사의 최근 고충을 쏟아 냈다.

임금 반토막 나고, 실적 없다고 해고 강요받고

노조는 코로나19에 따른 보험설계사 피해 실태를 온라인으로 수집하고 있다. 오 위원장은 “지난해보다 수입이 30~50%가량 줄었다는 답변은 양호한 축이고 심한 경우 90% 이상 임금이 날아간 경우도 있었다”며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보험사가 해촉(해고)을 강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신규 고객을 찾기 위한 대면영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기존 고객들을 상대로 해지 방어를 하거나, 추가 보험가입을 권유할 때에서야 얼굴을 마주한다.

고용노동부는 소득이 줄어든 특수고용직의 생계유지를 위한 사업으로 생계비 융자를 하고 있다. 산재보험에 가입한 특수고용직에게 최대 2천만원까지 저리(연 1.5%)로 대출을 해 준다. 그런데 융자를 받을 수 있는 보험설계사는 10명 중 1명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정부·여당이 발표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및 중소기업 사업주 산재보험 적용 확대 방안’에 따르면 같은해 7월 기준 보험설계사는 34만2천여명이다. 이 중 산재보험에 가입한 이는 3만7천명(11.0%)밖에 안 된다.

‘안전한 일터·처우개선’ 위해 노조설립 필요

연맹과 노조는 보험설계사 소득안정을 위해 재난기본소득과 같은 직접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조가 지난해 9월 제출한 노조 설립신고서를 수용해 당사자들이 노동조건 개선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노동부에 요구했다. 이재진 위원장은 “실적을 내야만 소득이 생기는 보험설계사는 코로나19로 생계에 엄청난 위협을 느끼고 있고 대출 대책만으로는 이들을 보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영철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대책회의 의장은 “콜센터 노동자, 보험설계사 노동으로 막대한 이윤을 축적했던 보험사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노동자를 위한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사용자에게 안전한 일터·처우개선을 요구할 수 있도록 특수고용직에게 노조할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험설계사들은 앞으로가 더 두렵다고 토로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보험설계사 A씨는 “보험사는 보험 해지가 발생하면 보험설계사에게 지급한 수당을 환수하는데 앞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 이 같은 사례가 많아질 수 있다”며 “정부는 실적을 내지 못해 해고되는 상황, 수당을 토해 내야 하는 상황에 대비해 보험설계사의 고용과 소득을 보완할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코로나19로 소득이 감소한 특수고용직에게 월 50만원씩 2개월분의 생계비를 다음달 13일부터 지원한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특수고용직을 직접지원하기로 한 최초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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