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장관이 조만간 내년 최저임금 수준 결정을 위한 심의를 최저임금위원회에 요청한다. 문재인 정부 대선공약인 최저임금 1만원 파기 후폭풍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위기가 겹치면서 노사정 간 논란이 거셀 전망이다.

29일 노동부에 따르면 이재갑 장관은 30일이나 31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한 심의를 요청한다. 최저임금법과 같은 법 시행령에 따라 장관은 3월31일까지 심의를 요청하고, 8월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초반부터 회의가 파행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올해 최저임금을 결정한 지난해 회의 여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가 지난해에 결정한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2.87%다. 인상률 기준으로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었다. 노동자위원 9명은 “공익위원들이 객관적인 기준 없이 재계 편향적으로 결정했다”며 전원 사퇴했다. 노동계는 올해도 이 문제를 걸고 넘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공익위원 사퇴 없이는 최저임금위 회의에 들어갈 수 없다는 입장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역시 전제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회의에 참가하지 않을 방침이다. 통상임금과 최저임금 산입범위 일치를 요구하고 있다.

2018년 최저임금법이 개정되면서 지난해 최저임금부터 산입범위가 확대됐다.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인상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지난해 적용 최저임금 인상률이 10.9%로 결정나면서 문재인 정부 공약이자 국정과제였던 최저임금 1만원은 사실상 파기됐다. 정책연대 대상인 한국노총이 반발하자 더불어민주당은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약속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만큼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2018년 당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약속한 사안”이라며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을 개정하는 것은 물론, 그전에 노동부 장관이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위기 국면도 변수다. 재계는 중소·영세 사업장 어려움을 감안해 최저임금 인상수준을 최대한 낮추려 할 것으로 보인다. 경총 관계자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지만 (현 정부 들어) 전반적으로 많이 인상했다”며 “코로나19가 경제에 주는 충격은 2008년 금융위기보다 크고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은 ‘단순히 어려운 게 아니라 사업운영이 중단됐다’고 호소하고 있기 때문에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동의하지 않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려면 저임금 노동자 임금은 더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최근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들의 급여삭감 선언이 최저임금 심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정부가 삭감분을 저소득층에게 사용하는 방안과 함께 총고용 유지 기조를 밝히지 않으면 최저임금 심의에 응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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