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계절은 움직임을 멈출 줄 몰라 훌쩍 봄인데, 그건 집 밖의 일이었다. 뜻밖의 손님처럼 불쑥 찾아든 봄기운이 반갑고도 낯설다. 일상을 곱씹는 시절이다.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뒹구는 뽀얀 얼굴 아이들 턱선이 둥글어 간다. 일터에 가야만 했던 엄마 아빠가 뾰족한 수를 찾느라 속이 타들어 간다. 문득 이것은 모두의 일이었으니 전화기 들어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다. 아이를 돌봐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늙은 엄마가 말했고, 찾아가지 못해 죄송하다고 젊은 아빠가 답했다. 조심, 또 조심하라는 늙은 엄마 잔소리를 어린아이에게 전하느라 손 씻는 세면대 앞이 매일같이 시끄럽다. 한동안 뜸했던 오랜 친구와도 할 말이 적지 않아 이런저런 톡방이 또한 시끄럽다. 한 발짝 거리를 두고 나서야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잊고 지낸 것들이다. 인적 뜸한 광장에도 봄볕이 어김없어 노란 꽃이 밝다. 몇 학년 몇 반 누구 아빠 아무개라고, 이름도 참 긴 사람들이 노란색 점퍼 입고 그 앞에 섰다. 멈춰 선 봄날의 기억을 다시금 들춘다. 여전한 것들을 되묻느라 마스크를 턱 아래로 내려 쓴다. 잠시 멈추어 서자니 보이는 게 있다. 멈출 수도, 멈춰서도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안부를 묻게 되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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