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 노동·시민단체 대표자들이 31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코로나19 경제위기 대응 관련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최근 1년 사이 매월 20만~30만명대를 유지하던 사업체 종사자 증가 폭이 지난달 10만명대로 떨어졌다. 산업생산·소비·투자도 줄어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고용위기와 경제활동 위축이 현실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고용안정 대책과 생계지원 대책을 동시에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2월 고용지표 ‘역대 최저’ 3월은 더 심각할 듯

고용노동부가 31일 발표한 2020년 2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1명 이상 사업체 종사자는 1천848만8천명으로 1년 전 같은달에 비해 16만3천명(0.9%) 증가했다. 월별 사업체노동력조사를 시작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증가 폭이다. 지난 1월19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고용악화가 뒤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임서정 노동부 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감염병 위기경보가 1월27일 경계, 2월23일 심각으로 격상된 이후 처음 집계된 고용지표로서 코로나19 영향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활동 위축이 고용상황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종사상 지위별로 살펴보면 지난달 상용직은 1천569만4천명으로 1년 전 1천552만7천명보다 16만6천명(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임시·일용직은 167만8천명으로 같은 기간 3만8천명(2.3%) 늘었다. 기본급 없이 봉사료·수수료를 받는 이와 기술습득을 목적으로 급여 없이 일하는 이들을 일컫는 기타종사자는 11만7천명으로 같은 기간 4만1천명(3.5%) 감소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고용위기 수준은 달랐다. 300명 이상 사업체 종사자는 291만명으로 6만5천명(2.3%) 증가했고, 300명 미만 사업체는 1천557만9천명으로 9만9천명(0.6%) 늘었다. 특히 30명 미만 사업체 종사자 증가 폭은 지난 1월 22만8천명이던 것이 지난달에는 11만명으로 급락했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종사자 증가가 더뎠다는 의미다.

업종별 고용상황을 살펴봤더니 관광·공연업종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숙박·음식점업 종사자는 120만8천명으로 1년 전(126만1천명)보다 5만3천명(4.2%) 줄었다. 여행업을 포함하는 사업시설·임대서비스업 종사자는 113만2천명으로 1만2천명(1.0%), 예술·스포츠서비스업은 31만1천명으로 6천명(2.0%) 감소했다.

상용직과 임시·일용직을 대상으로 조사한 입직과 이직 현황에서도 고용위기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입직자는 79만4천명으로 1년 전보다 8만1천명(11.3%) 증가했다. 이직자는 93만1천명으로 같은 기간 20만8천명(28.8%) 늘었다.

사업체 규모별로 살펴봤더니 300명 이상 사업체 입직자는 8만9천명으로 1만5천명(20.2%) 증가했다. 이직자는 9만명으로 1만8천명(25.0%) 늘었다. 300명 미만 사업체 입직자는 70만5천명으로 6만6천명(10.3%) 증가했고 이직자는 84만명으로 19만명(29.2%)이나 급증했다.

“제조업 위기로 확산할 것 … 총고용 지키기 전략 필요”

자발적 이직과 비자발적 이직이 모두 급증한 점은 특이하다. 지난달 자발적 이직자는 35만6천명으로 1년 전보다 9만8천명(37.8%)이나 늘었다. 비자발적 이직자는 43만4천명으로 4만5천명(11.7%) 증가했다. 임 차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업무를 하는 분들이 그 일을 계속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 같다”며 “도소매업이나 음식·숙박업은 노동시장이 괜찮아질 때 복귀하는 게 어렵지 않기 때문에 자발적 이직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고용위기 윤곽은 다음달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3월 고용상황이 담긴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을 다음달 초 발표한다. 임 차관은 “고용유지지원금은 상용직·정규직을 중심으로 지원되지만 임시직이나 5명 미만 사업장은 (고용상황이) 더 어렵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코로나19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광범위한 계층에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산업생산·소비·투자의 감소 현상도 심각했다. 지난달 전 산업 생산은 1월보다 3.5% 감소했다. 2011년 2월 3.7% 감소한 이후 9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은 6.0%, 설비투자는 4.8% 줄었다.

코로나19가 고용은 물론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나면서 고용과 생계를 지키기 위한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온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서비스업의 고용악화에 이어 수출길이 막힌 제조업 위기도 조만간 가시화할 것”이라며 “구조조정 국면에서 고용을 지킬 방안,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 생계를 지켜 줄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증유의 사태를 맞아 재난기본소득 등을 통해 급한 불을 잠시나마 잠재우는 것 또한 필요하다”며 “노동계는 총고용을 지키기 위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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