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전담병원은 지정 해제를 요청할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자 운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지역의 의료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입원 환자마저 적거나 없다는 이유다.

1일 보건의료노조는 “전담병원들 중 일부가 이미 지정을 해제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합리적 운영 방침과 전담병원 운영에 따른 의료기관 손실에 대한 구체적 지원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2월 정부는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 확산에 대비해 일부 병원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했다. 지난달 15일 기준 정부가 지정한 전담병원 중 운영기관은 67곳으로 파악된다. 전담병원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기존 입원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내보내고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했다. 경북 울진군의료원과 경남 통영적십자병원은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가 해제된 상태다.

“강원도 3개 전담병원 현재 코로나19 입원 환자 0명”

노조에 따르면 강원도 삼척의료원·속초의료원·영월의료원도 적자 운영과 지역 필수의료 공백 등으로 전담병원 유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3개 의료원에는 현재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한 명도 없다. 삼척의료원에는 지금까지 4명, 영월의료원에는 2명의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했다가 모두 퇴원했다. 속초의료원에는 지금까지 입원한 코로나19 환자가 한 명도 없다. 노조 관계자는 “가령 기존 100명 정도의 입원 환자를 받고 있던 병원이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환자를 모두 다른 병원으로 옮겼는데, 코로나19 환자를 한 명도 받지 못한다면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과 합리적 방침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정부는 되레 일부 전담병원에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적은 이유를 묻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적은 전담병원들에 공문을 내려보내 ‘일부 감염병 전담병원의 운영실적 저조 사유 및 활용 계획 제출’을 요청했다. 삼척의료원·속초의료원·영월의료원과 인천적십자병원·대전제2시립노인병원·울산중앙병원·울산병원·제주의료원·통영적십자병원·NK세종병원 등 10개 병원이 해당 공문을 받았다. 노조 관계자는 “우리가 코로나19 환자를 모셔 오는 것도 아니고 지자체와 정부가 환자 분배를 적절히 해야 하는데 도리어 병원에 책임을 묻는 상황이 당황스럽다”며 “강원도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더 나오기라도 해야 하는 거냐”고 반문했다.

병원에 되레 코로나19 입원 환자 저조한 이유 묻는 정부

전담병원 유지 여부나 지원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계획도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5일 전담병원 중 운영기관에 시설·장비비·인건비를 비롯한 운영비를 3월 말 이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언제, 어떤 기준으로, 어느 정도로 지급될지는 모른다. 노조 관계자는 “정부 지침에 따라 충실하게 코로나19 환자를 대응하기 위한 시설·장비를 준비했는데, 유지·해제·복구와 관련해서는 기준과 원칙·지원이 없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노조 삼척의료원지부 관계자도 “정부가 전담병원으로 지정한 뒤 정부 명령에 따라 일주일 동안 150명 정도를 다 뺐는데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없으면 직원들도 너무 힘들 것 같다”며 “전담병원에서 해제한다고 해도 150명가량의 환자가 갑자기 다시 다 이 병원으로 입원하는 것도 아니어서 경영에 대한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전담병원 지정에 따른 지역의 공공 필수의료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의료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지방의료원의 경우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 해당 주민들이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해당 지역에서 받을 수 없어 타 지역까지 가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 울진군의료원의 경우 이 같은 이유로 지난달 2일 전담병원 지정이 해제됐다. 당시 울진군은 “울진군의료원은 지역 유일의 응급의료기관 역할을 하고 있어, 전담병원 유지시 울진군 주민이 아프거나 다쳐 병원에 가려면 강원도나 포항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해제를 요청했다. 노조 영월의료원지부 관계자는 “영월의료원도 지역 거점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하고,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역할도 중요하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전담병원 유지 여부에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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