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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윤 관광·서비스노련 위원장] “관광·서비스 노동자 고사 직전인데 정부는 뭐하나”

기사승인 2020.04.06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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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모 상관 없이 고용유지지원금 받는 사업장 찾기 힘들어”

   
▲ 정기훈 기자

“어휴~. 당장 3월은 연차·무급휴직·휴업으로 버텨 왔는데 4월부터는 한 치 앞이 안 보입니다. 정부가 해고하지 마라고 기업들에게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은 규모가 작은 기업은 작아서, 규모가 큰 기업은 커서 받을 수가 없어요. 이대로 죽을 수 없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했는데 돌아온 대답이 기가 막히더군요.”

지난 2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관광·서비스노련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강석윤(58·사진) 연맹 위원장이 한숨부터 내쉬며 말했다. 면담 요청을 한 지 2주 만에 답변이 왔다는 문체부 공문을 보여주는데 다시 목소리가 높아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고 필요한 지원책을 마련하고자”로 시작하는 공문은 “지금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외부와의 접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으며 업종별 협의회와 화상회의를 통해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는 문장으로 끝맺고 있었다. 한마디로 관광업계 어려운 상황은 알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노동계를 만날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관광서비스 노동자들은 고사 직전인데 주무부처 장관은 노동자와 대면접촉을 할 수 없다니, 강 위원장이 내쉰 깊은 한숨의 이유가 짐작이 갔다.

- 지난 2월21일 연맹 위원장 선거에서 84.8%를 득표해 당선했다. 코로나19로 관광·서비스업계가 휘청이는 가운데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전국에서 대의원들이 모여 투표를 해야 하는데 코로나 국면에서 선거도 못 치르는 것 아닌가 노심초사했다. 선거는 잘 치렀는데 그 직후부터 코로나19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게 되면서 당선 이후 한 달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 이번에 처음으로 호텔이 아닌 업종에서 연맹 위원장이 됐다. 의미심장한 결과다.
“롯데월드노조 위원장으로 7선을 했다. 우리 연맹은 원래 관광노련으로 출발했다. 당시에는 90%가 호텔 노조였다. 2005년 관광에 ‘가운뎃점 서비스’가 붙어서 지금 연맹이 만들어졌는데 15년 새 다양한 업종 노동자가 신규 가입했다. 현금수송업체도 있고 여행사·면세점·패스트푸드업·사무용복합기 AS업에 병원 노동자도 있다. 서비스 영역이 워낙 광범위하다 보니 다양한 노동자들이 연맹으로 모여들고 있다.”

실효성 없는 고용유지지원금
연차소진에서 무급휴직·휴업으로


- 대부분 대면서비스 업종이다 보니 코로나19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을 듯하다.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가.
“호텔은 대부분 휴업·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여행사는 전체 노동자 20%만 근무하고 80%가 휴직 중이다. 롯데월드는 노사합의로 연차를 소진하면서 주 4일 근무하는 시스템으로 3월을 보냈다. 롯데월드는 연중무휴로 운영하는데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석 달씩 6개월이 성수기다. 성수기 하루 방문인원이 1만5천명 수준인데 지금은 하루 2천~3천명 수준으로 줄었다. 연차 소진으로는 한계가 있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유급휴가로 전환할 예정이었는데 쉽지 않다.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게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 대기업이라서 고용유지지원금을 못 받는 것인가.
“규모가 작은 곳은 작아서 못 받고 규모가 큰 곳은 커서 못 받는다. 롯데월드가 속한 법인은 호텔롯데로 호텔사업부·롯데월드사업부·면세점사업부·리조트사업부 네 곳이 속해 있다. 2007년 롯데월드 어드벤처에서 6개월 정도 휴업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은 경험이 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이번에는 사업부가 아니라 법인을 대상으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심사를 해 받지 못하고 있다. 처음에는 고용유지지원금 재원이 한정돼 있어 중소·영세 기업을 위해 대기업은 빠져 달라는 취지로 이해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연맹 소속 대부분 사업장에서 고용유지지원금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서 받을 수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정부는 최대한도로 준다는데 정작 받았다는 사업장은 없다.”

정부 지원 없으면 회사 손쉬운 인건비 절감 선택
지역 소규모 호텔부터 벌써 매물로 나와

▲ 정기훈 기자


- 고용유지지원금을 못 받으면 휴업·휴직 상태인 노동자는 어떻게 버티나.
“노사갈등이 유발될 수밖에 없다. 회사는 어려우면 가장 손쉬운 인건비 절감을 택한다. 직원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벌써 지역의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호텔부터 표면화하고 있다. 호텔이나 관광서비스업이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실속은 없다. 이익률이 높지 않다는 말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호텔은 그나마 버틸 여력이 있어도 개인이 소유한 호텔은 견디기 힘든 상황이다. 이미 제주도의 A호텔을 비롯해 매각협상이 진행 중인 곳도 있다.”

- 일상을 회복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코로나19 국면이 진정되더라도 경제위기가 덮칠 수 있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도 보면 호텔·관광서비스업은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회복이 가장 늦었다. 사람들은 경제가 나아졌다고 피부로 느낄 때 즐길 거리를 찾는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생각하기도 싫지만 사용자의 선택지는 뻔하다. 당장 올해 임금협상만 해도 제대로 되겠나.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노동자의 권리인데 지금은 임금의 ‘임’자도 꺼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 최근 호텔업계와 노사공동협약을 맺었는데.
“지난달 26일 한국호텔업협회와 간담회를 갖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사공동협약을 체결했다. 노사가 공동으로 정부에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요건 완화와 신속한 지원과 관광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요청하기로 했다. 사용자는 노동자 고용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무급휴직이나 연차휴가 강제 금지 등 노동자 생존권을 보장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불필요한 쟁의행위를 자제하고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문체부 장관에게도 면담을 요청했는데 답변이 보름여 만에 왔다. 코로나19로 접촉을 최대한 피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노사 간담회에서도 정부 지원이 제대로 안 되거나 실효성이 없으면 노사갈등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가 시간 끌기를 해서는 안 된다. 안 되면 ‘안 된다’고 솔직히 이야기해 줘야 한다. 지금 다 죽게 생겼는데 검토해 본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죽일지 살릴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냐. 선거 앞두고 말폭탄만 터뜨리고 있어 답답하다.”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연맹을 잘 모르는 노동자가 많다. 함께하는 노동자가 많아질 수 있도록 우리 연맹을 널리 알리고 싶다. 관광서비스 노동자들은 언급했다시피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열악한 근무조건에서 견디고 있다. 또 노조를 없애려는 사용자들은 노조간부 해고도 서슴지 않는다. 지금도 그런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신생노조일수록, 규모가 작은 노조일수록 힘들다. 우리 연맹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 면세점이나 마트 같은 경우 상급단체가 없는 조직들이 있는데 이들 노조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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