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서울 강남역 사거리 높다란 빌딩 샛길. 스마트폰 들여다보느라 고개 숙인 사람들이 앞도 안 보고 복잡한 길을 잘도 걷는다. 저마다 희고 검은 마스크를 쓴 채 답답한 숨을 잘도 견딘다. 길가 온 데 나붙은 현수막이며 대형 전광판에 코로나19 감염증 예방수칙이 빼곡했다. 난리 통에도 어김없는 봄볕에 꽃 틔운 나무 아래에서 사람들은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 마스크 너머 봄을 살폈다. 팔 뻗어 셀카를 남겼다. 한때 진풍경이었으나, 어느새 모두에게 익숙했다. 사거리 교통섬에 삐죽 솟은 농성 철탑도 그랬다. 300일처럼 백 단위로 딱 떨어지는 날이 가까워서야 그 아랫자리에 카메라와 노트북 든 기자들이 찾아왔다. 선거 유세라도 하듯 확성기 들고 말하던 그는 허공에 손 뻗어 말에 매듭을 짓곤 했다. 아랫자리 상황 살피던 경찰 정보과 직원이 스마트폰 들어 그 장면을 찍고 있다. 거리가 멀었다. 손가락 두 개 쫙 벌려 6.4배 디지털 줌 기능을 이용해야 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두고두고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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