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서비스연맹

“알레르기성비염에 천식기가 있어요. 혹여나 코로나19에 걸려 더 안 좋아지는 것은 아닌지, 내가 걸려 고객에게 전파하진 않을까 두려워요. 그래서 정부가 권고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인 19일까지는 고객과 일정을 조율해 업무를 미루고 있어요. 그런데 회사는 점검을 하라고 강요하고, 안 하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해요.”

코웨이 대구서부총국 A지국에 소속돼 정수기·공기청정기를 점검하는 방문판매서비스 노동자 장진영(가명)씨가 분통을 터뜨렸다. 지국장이 총국 목표관리제도(MBO) 실적이 저조하다며 업무를 수행하라고 강요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2개월 동안 비활동 들어가면(업무를 하지 않으면) 업무 해약되니 알아서 하라”는 계약해지 압박 발언도 나왔다. 계약해지 발언의 근거는 코웨이와 방문판매서비스 노동자가 맺은 업무위탁계약서 8조(계약의 종료)다. 해당 조항에는 “수탁자 스스로 그 업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3개월 유보기간 경과 후 자동 해지된다” “1개월 이상 수임사무 처리를 해태하는 경우 위탁자는 수탁자에게 시기불문하고 사유를 명시해 해지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대구지역 환경을 감안하지 않은 데다 노동자 안전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MBO 체계를 개선하자는 주장도 있다.

코디와 코닥은 코웨이가 방문판매서비스 노동자를 부르는 명칭이다. 2월 말 대구지역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코디·코닥은 2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업무를 잠시 중단했다. 지난달 16일부터는 코디·코닥이 개별적으로 고객과 소통해 점검일자를 조정하고 있다.

“동의도 안 하고 고객 이관한 지국”

15일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웨이코디코닥지부(지부장 왕일선)에 따르면 A지국뿐만 아니라 B·C·D지국에서도 지국장 혹은 지국 내 팀장이 코디·코닥에게 업무 수행을 강요하고 수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해지 같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B지국 코디 김수미(가명)씨는 “동료 한 명은 여섯 살짜리 아이를 키우고 있어, 사회적 거리 두기 권고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최근 지국장으로부터 두 달 동안 업무를 안 하면 계약해지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일부 코디·코닥에게는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고객과 조율해 업무를 미루던 이들의 담당 계정 70여개를 빼 버린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구는 확진자가 6천명 넘게 나왔고, 여전히 많은 고객들이 불안해 다음달에 오라고 하는데도 지국장·팀장이 점검을 압박한다”며 “코디·코닥이 영업을 해야 지국장·팀장이 좋은 인사평가를 받고 추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계정’은 코디·코닥이 담당하는 고객을 의미한다. 관리 고객이 줄면 특수고용직 코디·코닥의 수수료가 줄어든다. 코디와 코닥도 점검을 하지 않으면서 피해를 보는 구조지만, 기저질환이 있거나 어린 자녀를 둔 코디·코닥은 업무 수행을 미루고 있다.

왕일선 지부장은 “회사는 코디·코닥이 자율근로소득자(개인사업자)로 내가 내 일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사실상 업무를 지휘·감독·관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단계 착취구조가 원인”

지국장과 팀장이 코디·코닥에게 업무를 강요하게 된 배경에는 ‘지역별 1~4부문-총국-지국-팀-코디·코닥’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착취구조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노조 관계자는 “지국장과 팀장의 월급은 영업을 얼마큼 달성했느냐에 따라 정해진다”며 “코로나19로 면대면 고객 점검도 어려운 상황에서 영업은 쉽지 않은데도 회사가 MBO를 동일하게 내리니 지국장과 팀장이 코디·코닥을 볶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코로나19 ‘심각’ 단계가 유지 중인 현재 일부 지국에서는 내부 영업실적이 우수한 이에게 상품을 주는 콘테스트를 하고 있다.

지국장과 팀장은 코웨이와 근로계약을 맺은 코웨이 직원인데, 이들의 임금은 기본급·직책수당·평가수당(1~7등급)·신규렌털, 일시불(구매), 금융리스(매트리스·전기레인지 등 렌털) 인센티브 등으로 구성된다. 인센티브 액수는 최소 800원으로 목표달성률이 140% 초과하면 건당 4만원을 넘기도 한다. 자신이 관리하는 코디·코닥이 더 많은 제품 신규을 렌털·재렌털할 경우 더 많은 인센티브를 가져가는 구조다. 대개 업무 점검이 고객 영업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업무점검을 강요할 수밖에 없게 된다.

양윤석 노조 조직국장은 “회사의 영업구조 자체가 잘못돼 있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며 “다단계 영업구조로 (노동자를) 평가하고, 급여를 책정하니 지국장·팀장·코디·코닥이 경쟁에 심하게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조직국장은 “(영업특성상) MBO가 사라질 수는 없겠지만 합당한 결정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코웨이측은 “현재 회사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고객의 서비스 진행을 요청할 경우 서비스관리자의 동의하에 진행하고 있으며 부당한 영업 및 점검 강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며 “당사는 서비스 관리자들과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모색할 것이며, 회사와 서비스 관리자가 상생할 수 있는 문화 형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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