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전 세계적 수요 둔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침체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 눈에 띄는 수치가 발표됐다. 지난 1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0년 3월 자동차산업 동향’이다. 전년 대비 1·2월 두 자릿수 감소 폭을 기록했던 국내 자동차 생산·내수·수출 실적이 3월 들어 모두 순증했다. 같은 기간 이탈리아(-85.4%)·프랑스(-72.2%)·스페인(-69.3%) 등 서유럽 국가들의 자동차 판매량이 수직 하락한 상황에서 한국만 이례적인 모습을 보인 셈이다.

해외 자동차공장 셧다운 속
국내 완성차업계 선방했지만…


개별소비세 인하정책과 신차 효과 영향도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자동차 공장이 셧다운한 반사이익을 국내 완성차업계가 고스란히 받았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과 유럽·중남미·인도 등 주요 자동차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수출절벽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외 수요 감소와 수출절벽 속 인력 구조조정까지 위기가 한꺼번에 몰려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완성차 생산량은 6.8% 증가한 36만9천165대로 나타났다. 내수판매는 10.1% 늘어난 17만2천956대, 수출은 전년보다 1.3% 증가한 21만900대로 잠정 집계됐다. 2월만 해도 각각 두 자릿수 감소 폭을 보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눈에 띄는 성적이다. 특히 3월 판매량이 반토박 난 서유럽(-52.9%)·인도(-49.9%)·미국(-39%) 상황과 견줘 보면 국내 완성차업계가 G80·아반떼 등 신차 효과와 한시적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와 함께 해외 자동차공장 셧다운에 따른 영향을 받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지난달부터 미국과 유럽 전역의 자동차 공장들이 모두 가동을 멈췄지만, 국내 완성차 공장들은 부품 수급 지연에 따른 일시적 휴업을 빼곤 대부분 정상가동했다.

단순한 반사이익? 즐길 수 없는 이유

전 세계 자동차 공장들이 생산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공장이 돌아가고 있는 한국에 호기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도 나오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해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수요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판매량을 낙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차가 투싼과 넥쏘를 만드는 울산 5공장 2라인을 13일부터 17일까지 가동중단하기로 한 것도 수출 물량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김동한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유럽·인도 등 해외 생산공장의 잇따른 셧다운, 소비심리 위축, 딜러 영업망이 붕괴됐다”며 “대외여건 악화로 해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자동차산업 수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현재 순환휴업, 생산계획의 탄력적 운영, 내수시장 방어에 공을 들이며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가 될 경우 유동성 확보를 위해 구조조정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할 가능성도 높다.

오민규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연구위원은 “아직까지 사회적 여론 등으로 전면적인 구조조정 공격이 들어올 상황은 아니지만, 일정한 조정국면을 거치고 나면 임금삭감·구조조정 요구가 강하게 들어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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