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코로나19 경제위기 대응 관련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정기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로 실업자 발생이 본격화하면서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고용유지지원금·일자리안정자금 확대를 통한 고용·임금유지 정책과 기업대출 확대처럼 기존 정책 답습에 그친 코로나19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비스업·제조업 대규모 실업
‘예비 실업자’ 일시휴직자도 폭증


19일 고용노동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부 고용대책은 두 축으로 나뉜다. 고용유지지원금 적용확대를 통한 고용유지,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확대를 통한 고용유지·임금보전이다. 1차 추가경정예산 1조5천800억원 중 두 사업이 9천억원을 차지한다. 가족돌봄휴가 장려, 휴직자·특수고용직 등 지원을 위한 지역고용대응특별지원, 실직자 생계 지원을 위한 긴급복지지원금도 시행하지만 앞의 두 정책에 비해 예산규모가 절대적으로 작다.

노동부는 지난 2월28일 고용유지지원금 확대와 지역고용대응특별지원사업을 발표했다. 성적표는 어떨까. 통계청이 지난 17일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같은달 취업자는 2천660만9천명으로 1년 전보다 19만5천명 감소했다. 취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한 것은 201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여파로 도·소매업(-16만8천명), 숙박·음식점업(-10만9천명), 교육서비스업(-10만명)에서 일자리가 사라졌다. 제조업 취업자도 2만3천명 감소해 위기 확산이 감지되고 있다.

비정규직·일용직 등 취약계층 고통이 특히 컸다. 임시근로자는 42만명 줄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2월의 44만7천명 감소 이래 감소 폭이 최대였다. 일용직은 17만3천명 감소했다.

취업자 계산에 포함하는 일시휴직자 증가 폭은 심각한 수준이다. 일시휴직자는 160만7천명으로 1년 전의 34만7천명보다 126만명(363.4%) 폭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일시휴직자 증가규모와 증가율 모두 1983년 7월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에 따라 증가한 무·유급휴직자가 통계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기업경영이 악화하거나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이 끊기면 실업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기존 정책 답습하다 취약계층 고용위기 사실상 외면
“비정규직·특수고용직 생계유지 대책 필요”


비정규직과 일용직을 중심으로 실업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에서 이들은 제외돼 있다. 고용보험에 가입된 노동자를 중심으로 고용유지지원금·일자리안정자금 제도가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구직급여(실업급여) 신규신청자는 15만6천명으로 2019년 3월의 12만5천명보다 3만1천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노동부는 신규신청자 중 1만7천명가량이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실직이 발생해도 고용보험으로 보호할 수 있는 노동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 통계다.

정부도 사각지대를 모르지는 않는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달 초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비정규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질문에 “왜 그런 고민을 안 했겠나”라면서도 “이미 안정적인 전달체계가 구축돼 있는 것을 이용해야만 적시성 원칙에 맞는다”고 답했다. 즉각적인 정책 효과를 위해 일자리안정자금·아동수당 등 제도적으로 완비한 복지시스템을 활용하겠다는 주장이다.

노동계는 기존 정책을 그대로 읊은 이 같은 방침이 비정규직·특수고용직 등 취약계층 위기로 이어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창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고용충격에 대비한다면서 내놓은 정부 정책은 제도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 노동자들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며 “전례 없는 위기에 맞닥뜨렸는데도 전례 없는 고용·실업대책은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5차 비상경제회의를 개최한다. 고용안정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고용유지 정책을 강화하고 실업자 지원·일자리 창출·고용안전망 사각지대 지원을 추진한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일방적 무급휴직 통보 등 코로나 태풍은 약자인 비정규직·특수고용직을 먼저 덮쳤는데도 정부는 지난 두 달간 사실상 나 몰라라 했다”며 “고용유지지원금 적용대상을 특수고용직과 비정규직으로 확대하고, 실업자 생계지원과 해고 일시중지 등의 후속 조치를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적극적인 확장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높다.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는 코로나19 추경안을 수립하며 필요재원을 세출 구조조정으로 조달한다고 발표했다. 국채 발행을 하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국민은 경제위기를 적극적이고 강력한 정책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기재부는 확장재정은 하지 않으려는 등 여전히 안이한 위기의식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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