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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량권 없는 재량근로제’] 장시간 공짜노동 내몰린 펄어비스 노동자들

기사승인 2020.04.29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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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직자·퇴직자 “꼼수야근 만연” … 정의당 비상구, 특별근로감독 요구

펄어비스 홈페이지 갈무리

“최고의 직원에게 최고의 환경을 제공한다.”

인기 게임 ‘검은 사막’을 개발한 유명 게임업체 펄어비스가 내세운 기업철학이다. 한데 왜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일하다 죽을 수도 있겠다”고 외치는 걸까.

재량근로제 합의한 근로자대표가 누군가요?

2017년 게임업계 최초로 포괄임금제를 없애면서 업무환경 개선 선두주자로 주목받은 펄어비스가 재량근무제를 악용해 포괄임금제 폐지 상쇄효과를 얻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8일 정의당 비정규노동상담창구(비상구)가 펄어비스 전·현직 노동자들에게 받은 제보를 종합하면 노동자들은 초과노동 입증이 무의미한 재량근무제와 공식적인 야근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에 눌려 장시간 공짜노동에 내몰리고 있었다.

재량근로제는 게임개발처럼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업무수행 방법을 정할 필요가 있는 업무의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통해 정한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10월 재량근로제를 도입했다.

재량근로제는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한다. 제도 취지를 훼손할 정도의 지시나 간섭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펄어비스 퇴직자 A씨는 “재량권은 없었다”고 단언했다. A씨는 “재량근로 대상이었을 때 자다가도 (회사가 불러) 출근한 적도 있었다”며 “주간회의에서 대놓고 재량근로 대상들은 주말에 나와서 일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일정이 바뀌고, 갑작스러운 요청으로 일주일 내내 늦은 새벽에 퇴근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회사와 재량근로제를 합의한 근로자대표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했다. ‘깜깜이 합의’로 재량근로제가 도입됐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말로만 “야근하지 마” 현실은?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근무제 도입 후 퇴근 기록을 남기지 않는 ‘꼼수야근’이 일상화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재직자 B씨는 “야근을 하려면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승인받기가 어렵다”며 “야근계를 올리면 ‘야근을 왜 하냐. 그냥 가’라고 하는데, 그래 놓고 다음날 ‘넌 일을 그렇게 하고 집에 가고 싶냐’고 면박을 준다”고 토로했다.

퇴사자 C씨는 “올해 들어 야근 신청이 더 어려워졌다”며 “야근을 했는데도 신청할 수가 없으니 사실상 포괄임금제가 유지되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기록상으로는 다들 퇴근했지만, 사무실에는 함께 앉아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빈번하게 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록을 남기지 않는 꼼수야근 탓인지, 지난해 9월 펄어비스를 상대로 주 52시간제 근로감독을 한 고용노동부는 법 위반 사실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 관계자는 “당시 주 52시간 초과근무 여부는 서류를 가지고 볼 수밖에 없는데, 서류상으로는 위반 여부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직원 면담은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우울증·불안장애로 병원 찾은 노동자 증가세

감춰진 장시간 노동에 노동자들의 건강에도 이상신호가 감지된다. 비상구가 같은 당 이정미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펄어비스 직원들의 건강보험 이용내역을 보면 2017년부터 최근 3년간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병원을 찾은 직원이 늘고 있다. 우울에피소드(우울증) 상병코드 ‘F32’로 진료를 받은 회사 직원은 2017년 5명(진료건수 23건)에서 지난해 16명(107건)으로 늘었다. 기타 불안장애(F41)도 같은 기간 2명에서 12명으로 늘었고, 진료건수도 4건에서 90건으로 증가했다.

해당 기간 펄어비스 직원이 242명(2017년)에서 714명(2019년)으로 세 배가량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직원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에서 회사가 대처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기업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사이트 ‘잡플래닛’에 올라온 펄어비스 기업리뷰에는 “하루 종일 일만 해도 업무가 안 끝남. 계속 곡소리 나는데 진짜 일하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거 처음 생각 듦”이라거나 “일하다 사망할 수 있다”는 노동실태를 폭로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류호정 정의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과 비상구는 “펄어비스가 제2 넷마블·에스티유니타스가 돼선 안 된다”며 “펄어비스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업계에서 처음으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해 업무환경을 개선했고, 공짜노동을 시킨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면서도 근로자대표가 누구인지 확인해 달라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노동자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회사 대책이 있냐는 물음에는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대한민국 국민 기준 5년 전보다 우울증 환자가 5배 증가했다”고 답했다. 우울증 환자 증가는 보편적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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